[기고문] 경주의 숨겨진 보물들, 경주국립공원의 손길로 다시 빛나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장 이성원

2025년 가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 외교 무대를 넘어섰다. 천년고도 경주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상징적 순간이자, 대한민국 문화유산 관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로서 불국사, 석굴암, 삼릉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역사적 도시다. 이들 유산이 자리한 경주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사적형 국립공원'으로서, 자연경관과 인류문화유산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총 362건의 역사문화자원(국보, 보물 포함)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야생생물 30종을 포함한 4,751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등 자연생태계와 역사문화적 가치가 모두 최고 수준인 보호지역이다.

 

특히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는 수많은 불교 문화유산이 산 곳곳에 밀집해 있는 곳으로, 국립공원이자 사적,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의 5개 지구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고대 신라의 숨결이 깊숙이 남아있는 남산은 신라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역사의 산이다. 아직도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수많은 마애불과 파괴된 불상들, 무너진 탑들이 산과 계곡 곳곳에 남아있다. 대부분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장기간 풍화에 노출되어 훼손 및 멸실의 우려가 높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이러한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비지정 문화유산에 대해 "보존과 이용의 조화"라는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문화자원을 전수조사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책자를 발간하였다. 2019년부터는 국가유산청과 경주시 수탁사업을 통해 51개소의 석재유구, 87개소의 옛 절터, 16개소의 생활유적에 대한 보호시설 설치, 진입부 정비, 안내판 설치 등 적극적인 보호 노력을 추진해왔다. 2024년부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보전관리 노력의 일환으로, 훼손으로 육안 판독이 어려운 6개소의 비지정 문화자원에 대해 3D 스캔 분석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선도면과 디지털 탁본을 제작하고, 이를 활용한 안내판을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과 함께 비지정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보존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경주국립공원의 문화유산 특화 자원봉사단체인 문화유산관리단 활동을 통해 정비 완료된 비지정 문화유산에 대해 월 1회 정기 모니터링과 주변 정화 활동 등 사후 관리를 실시 하고있다. 이와 더불어, 지역 예술가와 협업하여 일제 강점기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현재 사진을 함께 전시하는 사진 전시회를 개최해 일반 시민들의 문화자원에 대한 보호 의식을 고취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우리가 지켜낸 과거의 가치가 미래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이 모든 선도적인 문화유산 관리 노력이 지속 가능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관리기관의 이념이 중요하다. 경주국립공원은 유산을 과학적으로 보존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든 활동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경주가 세계와 소통하는 무대가 된 만큼, 우리는 신라의 지혜를 닮은 청렴한 자세와 투철한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문화 관리의 모범을 보이고, APEC이 추구하는 공동 번영의 가치에 기여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경주를 단순한 역사 도시를 넘어, 역사 문화유산 관리의 선도적인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 도시로 세계에 각인시켰다.

 

APEC을 통해 세계에 각인된 경주의 가치는, 곧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이다. 우리는 이 소중한 유산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결국 천년의 역사는 현재 우리의 끊임없는 관리 노력과 맞닿아 있다. 이를 통해 경주가 세계 속의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이자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관리의 상징'으로 영원히 빛나기를 희망한다.

 

 

[이성원]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장

 

작성 2025.11.25 11:35 수정 2025.11.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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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