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폭탄 선언: 중동의 미래를 뒤흔들 5가지 발언

-"승리했지만 영원히 싸운다" 네타냐후가 설계한 '끝없는 전쟁'의 소름 돋는 역설.

-뉴욕 시장 비웃고 ICC 영장 찢었다... 폭주하는 네타냐후, 국제 질서에 '침' 뱉다.

-"내 사전에 은퇴는 없다" 76세 네타냐후가 권력을 놓지 못하는 섬뜩한 이유.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뉴욕의 화려한 조명 아래,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한 노회한 정치가가 마이크 앞에 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산전수전 다 겪은 이 76세의 이스라엘 총리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비수처럼 날카로웠고, 때로는 현기증이 날 만큼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다. 

 

뉴욕타임스가 마련한 그 자리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늘어놓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비정한 국제 정글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앞으로 어떻게 이 거대한 체스판을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냉혹한 신앙 고백과도 같았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해부해 보는 것은, 지금 우리가 발 디디고 선 이 위태로운 세계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는 가장 먼저 '승리'를 입에 올렸다. 이란을 정점으로 하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른바 '이란의 축'과의 거대한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가자지구의 폐허, 레바논의 연기, 시리아와 이라크를 넘나드는 공습, 심지어 이란 핵 과학자 암살까지 언급하며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했다. 듣는 이들을 전율케 한 것은 그다음 순간이었다. 

 

그는 승리를 선언한 바로 그 입으로, 이 전쟁이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승리했지만 끝나지 않는 전쟁이라니. 이 얼마나 기묘하고도 절망적인 형용모순인가. 이것은 어쩌면 영원히 지속되는 긴장 상태야말로 그의 권력을 지탱하는 산소 호흡기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자국민에게는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주입하면서, 동시에 외부의 적에 대한 영구적인 공포를 심어주어 결속을 다지는 고도의 통치 술수다. 그에게 전쟁은 끝내야 할 비극이 아니라, 관리되고 유지되어야 할 통치의 수단으로 전락한 듯 보였다.

 

그의 오만함은 국경과 대양을 넘어 국제 질서의 심장을 겨눴다. 뉴욕의 신임 시장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전쟁범죄 체포 영장을 언급하며 그의 방문을 경고했을 때, 네타냐후는 마치 성가신 파리를 쫓아내듯 비웃으며 대꾸했다. "그곳에 갈 것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이것은 단순히 한 도시의 시장에 대한 감정적 도발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힘겹게 쌓아 올린 '법에 따른 지배'와 국제 규범이라는 약속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나의 힘 앞에서는 너희들이 만든 법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라는 선언이었다. 힘 있는 국가의 지도자는 국제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저열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정치의 민낯을 우리는 그의 태도에서 목격해야 했다.

 

가장 가슴을 저미게 하는 대목은 가자지구의 비극을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지난 2년간 7만 명이 넘는 목숨이 스러져간 그 참혹한 폐허 위에서, 그는 태연하게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의 생명을 중시한다"라고 강변했다. 이 말의 무게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 발언은 차라리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더구나 그는 가자의 미래 통치를 위해 하마스를 대신할 현지의 '갱단'이나 부족 세력을 무장시키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까지 내비쳤다. 

 

이는 과거 미국이 이라크에서 알카에다를 잡겠다며 수니파 민병대를 키웠다가 더 큰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을 키워 당장의 불을 끄려다 더 거대한 화마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그의 안중에 없는 듯했다. 오직 힘으로 찍어 누르는 위태로운 평화, 그것이 그가 그리는 유일한 미래 청사진이었다.

 

외교 무대에서의 모순 또한 극명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를 간절히 원한다면서도, 사우디 측이 핵심 조건으로 내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단호히 거부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존재를 아예 배제한 채 아랍 강대국들과 손잡고 중동의 새 판을 짜겠다는 야심이다. 문제의 근원을 외면하고 가장 약한 고리를 도려낸 채 맺는 조약이 과연 진정한 평화 협정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거대한 배제와 고립을 낳는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까.

 

마지막으로, 76세의 노정객(老政客)에게 은퇴의 시기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섬뜩할 정도로 비장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세지 않는다. 오직 '완수해야 할 과업'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권좌에서 내려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가의 언어가 아니다. 자신을 스스로 역사의 부름을 받은 대체 불가능한 구원자로 여기는 자의 확신에 찬 고백이다. 그 확신이 과연 그의 조국을 구원할 동아줄이 될지, 아니면 모두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갈 족쇄가 될지,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네타냐후의 영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이 위험한 고백들은, 힘이 곧 정의가 되어버린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무겁고도 불길한 질문과도 같다.

 

작성 2025.12.05 01:14 수정 2025.12.0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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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