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의 시대’, 왜 우리는 약자를 조롱하는가
- 『공격: 사회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지다』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자화상
한때 인터넷 댓글창은 유머와 공감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의 슬픔조차 조롱의 대상이 되는 곳이 되었다. 장애인 시위는 ‘불편을 주는 불법행동’으로, 난민은 ‘치안 불안의 주범’으로, 노동조합은 ‘경제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호명된다. 피해자와 약자에게 돌을 던지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상화된 사회.
정주진의 저서 『공격: 사회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지다』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다. 저자는 “왜 사람들은 피해자와 약자를 공격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혐오의 구조를 해부한다. 장애인, 빈곤층, 난민, 외국인 노동자, 탈북민, 기후행동가, 페미니스트 등 9개의 사회 집단을 둘러싼 공격과 조롱의 현장을 추적하며, ‘공격의 사회학’을 펼쳐 보인다.
그가 이 책에서 드러내는 것은 단순한 ‘사회 문제의 나열’이 아니다. 저자는 공격이 단순한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정서가 만들어낸 습관적 폭력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공격을 통해 느끼는 우월감은, 사실 불안의 다른 이름이다”라는 그의 지적은 한국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이다.
정주진은 “우리는 이제 공격에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사회적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 공격한다.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가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사람들은 불편함을 이유로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나 그 분노의 방향은 ‘지하철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시위자 개인’에게 향한다.
그는 이러한 반응을 ‘공격의 사회화’라고 정의한다. 즉, 공공의 불편을 불법으로 환원하고, 약자의 권리 요구를 비문명적인 행동으로 낙인찍는 구조다. 이는 단지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통제의 방식이기도 하다.
인터넷 댓글, SNS, 정치적 발언, 언론의 헤드라인이 모두 하나의 ‘공격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공격은 정의를 가장하고, 혐오는 상식으로 포장된다. 저자는 이를 “사회가 스스로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라 표현한다.
정주진은 특히 ‘피해자 공격’ 현상에 주목한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부 여론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린다. “그런 곳에 왜 갔냐”, “스스로 조심했어야 한다”는 냉소가 반복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정당한 분노의 왜곡’이라 분석한다.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실제 권력자나 구조가 아닌 더 약한 대상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대체 공격(displaced aggression)’이라 불리는 현상과도 맞닿는다.
결국 약자를 향한 분노는 체제에 대한 분노를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을 공격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위안을 얻는다. 저자는 이를 “비뚤어진 자기만족의 감정경제”라 명명한다.
이 책은 공격의 배후에 ‘불안’이 있다고 본다. 불안한 사람일수록 약자를 싫어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약자의 존재는 자신이 언젠가 그 위치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있기 때문이며, 외국인 노동자를 혐오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자리 불안을 그들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다. 약자를 향한 공격은 결국 자기보호의 심리적 장치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경쟁 체제는 시민을 공격적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심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연대 대신 배제가, 공감 대신 조롱이 자리 잡는다. 이러한 심리 구조가 반복되며, 사회는 점점 ‘공격의 피라미드’로 변해간다.
정주진은 결론에서 “공격의 언어를 넘어 공감의 언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를 둘러싼 혐오 담론이 개인의 윤리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공격이 일상화되면, 사회는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잃는다. 결국 민주주의는 ‘공감의 기반’을 잃고 붕괴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누군가를 조롱하지 않았는가?”
그 질문은 단지 도덕적 자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격을 멈추는 용기, 즉 ‘비난하지 않는 선택’이야말로 사회를 지키는 최소한의 민주적 행위임을 일깨운다.
『공격: 사회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지다』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는 사회’로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독자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이 ‘생각의 시작점’이 된다.
정주진은 “공감은 나약함이 아니라 용기다”라고 말한다. 공격의 언어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일은 가장 단단한 저항이 된다.
이 책은 단지 사회비평서가 아니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성찰의 언어다.
우리가 ‘공격’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 답은 거창한 혁명보다, 댓글 하나, 대화 한마디, 시선 하나를 바꾸는 작은 실천 속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