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정체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경기를 탓한다. 소비가 위축됐고,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손님들의 지갑이 닫혔다는 설명은 언제나 그럴듯하다. 그러나 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가게는 살아남고, 어떤 브랜드는 오히려 성장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왜 내 매출만 오르지 않는가.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업자들은 분명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 더 오래 가게를 열고, 더 자주 홍보하며, 할인과 이벤트도 반복한다. 하지만 매출은 노력의 양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매출은 언제나 방향의 문제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고객이 아닌 ‘나’를 기준으로 마케팅을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원인은 고객 정의의 실패다. “누구나 우리 고객”이라는 말은 사실상 아무도 고객이 아니라는 뜻과 같다. 고객이 명확하지 않으면 메시지는 흐려지고, 흐려진 메시지는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 서울의 한 디저트 카페는 메뉴 구성과 인테리어 모두 준수했지만 매출이 늘지 않았다. 사장님은 “남녀노소 다 좋아할 맛”이라고 자신했지만, 학생을 위한 가격도 아니었고 직장인을 위한 회전율도, 중장년층을 고려한 좌석 설계도 아니었다.
결국 모두를 잡으려다 아무도 붙잡지 못한 구조였다. 반면 매출이 오르는 가게들은 고객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오후 3시, 혼자 쉬러 오는 30대 여성’이나 ‘아이 하교 후 잠깐 들르는 학부모’처럼 사용 장면까지 그려진 고객 정의가 있을 때 매출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두 번째 원인은 차별점의 부재다.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기능과 가격에서 이미 비슷해졌다. 이때 고객이 선택하는 기준은 ‘왜 이걸 사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다.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한 농가는 “품질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지만, 온라인 상세페이지에는 ‘당도 높음, 신선함, 산지 직송’ 같은 표현만 반복돼 있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미 그런 말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고객은 품질 그 자체보다 나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원한다. 이 농산물이 아이 간식으로 왜 안전한지, 왜 다른 산지보다 보관이 편한지, 왜 이 가격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이유가 제시될 때 비로소 구매가 일어난다. 차별화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언어로 문제를 다시 설명해 주는 능력이다.
세 번째는 판매 동선의 단절이다. 홍보는 잘 되는데 매출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고객이 관심을 갖는 지점과 결제 지점 사이에 장애물이 있다는 뜻이다. 정보는 넘치지만 행동을 유도하지 못하고, 설명은 많지만 결정을 돕지 못한다. 매출은 설득의 결과가 아니라 결정의 편의성에서 나온다.
네 번째는 숫자를 보지 않는 습관이다. 감으로 장사하고 느낌으로 마케팅을 하면 매출도 운에 맡기게 된다. 어떤 채널에서 유입됐는지, 어디서 이탈하는지,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보지 않으면 개선은 불가능하다. 매출은 희망의 산물이 아니라 분석의 결과다.
마지막으로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고객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고객은 이미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빠르고, 더 직관적이며, 더 솔직한 브랜드를 원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설명하고, 예전 언어로 설득한다면 매출이 오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매출은 ‘올라라’고 기도한다고 오르지 않는다. 고객을 다시 정의하고, 차별점을 명확히 하며, 구매 동선을 점검하고, 숫자로 확인하고, 변화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출 때 비로소 움직인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아직 고객의 선택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윤용 소개] 신세계그룹에서 30여 년간 마케팅·지원·개발·신규사업 분야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은퇴하고, 현재는 인공지능(AI) 연구와 활용에 전념하고 있다. 신세계 마케팅팀장과 신규프로젝트팀장, 개발팀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지원담당 임원과 상무,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고속터미널어드민과 ㈜센트럴시티 TPF솔루션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인공지능활용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 분야에서 축적한 30년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과 시장을 읽는 통찰을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결국, 고객은 당신의 한마디에 지갑을 연다』와 어린이를 위한 AI 그림동화 『마법의 에너지 상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