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 수장 김동연 지사가 서른 번째 민생 행보의 종착지로 오산시를 택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과거의 좌절을 딛고 비상을 준비하는 오산의 미래 청사진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 지사는 23일, 오산세교3 공공주택지구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산업의 핵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R&D 센터 예정지를 잇따라 방문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14년 만의 부활, 세교3지구 ‘자족도시’의 심장으로 오산세교3지구는 지역 주민들에게 아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소다. 지난 2010년 지구 지정이 취소된 이후 무려 14년 6개월이라는 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김 지사는 초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이 점을 가장 먼저 짚었다. 그는 “과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3만 3천 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자족도시로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며, 이번 사업이 오산의 지형도를 바꿀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특히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보상 문제’에 대해 김 지사는 정공법을 택했다. 경기도와 오산시,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하는 전담조직(TF)을 즉각 가동해 보상 절차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지사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계획 수립 단계부터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단순한 주거 단지 조성을 넘어 교육과 보육, 문화 인프라가 완비된 고품격 생활권을 약속했다.
행정의 묘미, 글로벌 반도체 거점과 주거지의 ‘황금 배합’ 이번 오산 방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의 ‘공룡’으로 불리는 AMAT R&D 센터의 순항 여부였다. AMAT가 미국 본사 이외의 국가에 세우는 첫 번째 연구 거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이곳은, 최근 세교3지구 후보지에 포함되면서 사업 중단 위기라는 암초를 만난 바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인허가 신속지원 TF’를 구성해 정부 및 유관 기관과 끈질긴 협의를 이어갔고, 결국 연구센터 부지를 공공주택지구에서 제외하는 ‘솔로몬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이는 기업 유치와 공공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행정의 승리로 평가받는다. 김 지사는 “기업 현안 해결과 주거 안정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자족도시가 완성된다”며 상생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산의 재도약, 경기도가 끝까지 책임진다 이권재 오산시장 역시 경기도의 적극적인 협력에 감사를 표하며 화답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지구 지정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식을 접한 이후 오산은 재도약의 길로 들어섰다”며, 경기도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명품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100여 명의 주민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경기도는 단순히 건물만 짓는 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기반 시설 조성과 교육 여건 확충에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 지사의 ‘달달버스’가 지나간 자리에는 오산의 미래를 향한 구체적인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지사의 오산 방문은 단순한 현장 시찰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규제와 갈등을 행정력으로 돌파하며 ‘자족도시’라는 실질적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향후 경기도 내 다른 지자체 개발 사업의 표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오산은 이제 수도권 남부의 가장 젊고 역동적인 도시로 변모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