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행정은 어떻게 신뢰가 되는가

오영수 신간 ‘바람이 속삭이는 행정의 노래’ 출간

행정은 대개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작동한다. 민원 창구에서 낮게 오가는 말들 골목에서 마주친 주민의 숨 고르기 결재선 앞에서의 잠시 멈춤 같은 순간들이다. **바람이 속삭이는 행정의 노래**는 바로 그 조용한 장면들을 기록한 책이다.


최근 행정과 공직 사회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책은 행정의 본질과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 묻는다. 33년 동안 한 지역에서 축적된 공직의 시간을 통해 지방자치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되짚는다. 성과를 과시하지 않고 원칙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현장에서 축적된 선택의 결과를 보여준다.

책은 화려한 정책 성과나 정치적 수사를 배제한다. 민원 현장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 구청 신청사 건립처럼 저자가 직접 부딪쳤던 행정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서 행정은 제도 이전에 삶과 맞닿은 실천의 기록으로 드러난다.


저자 오영수 전 서울 동작구 부구청장은 1985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감사담당관 복지국장 행정국장 기획재정국장 부구청장 구청장 권한대행에 이르기까지 지방행정의 거의 모든 영역을 거쳤다. 최말단에서 최고 책임자까지 이어진 이 경로는 청렴과 현장 중심 행정의 상징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가 일관되게 붙잡아 온 원칙은 단순하다. 행정은 제도 이전에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마다 책임과 양심을 놓지 않았던 경험은 청렴이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행정을 빠르게 재편하는 시대에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묻는다. 기술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명확히 위치시키며 AI가 시민을 관리하는 장치가 아니라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AI 기반 민원 분석 맞춤형 돌봄 행정 데이터 기반 어린이집과 도서관 운영 사례는 기술이 행정의 속도를 넘어 복지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복지 정책 역시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노인 돌봄 장애인 복지 고독사 예방 가족 돌봄을 분절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체계로 연결한다. 행정의 개입이 고립을 관계로 전환하는 장면들이 실제 사례로 제시된다.


도서관과 책 문화에 대한 시선도 분명하다. 책은 이를 단순한 문화 사업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동체 회복의 기반으로 제시한다. 주민 참여형 도서관 운영 책 문화 시민 총회 AI 기반 독서 추천과 디지털 접근성 확대 정책은 읽는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청소년과 청년 역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공동 설계자로 다뤄진다.


저자는 지방자치의 성패를 권한이나 예산의 크기에서 찾지 않는다. 행정이 얼마나 시민의 삶 가까이 내려와 있는가가 기준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행정을 설명하는 이론서가 아니라 행정이 시민의 하루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이 책을 두고 기술의 속도보다 시민의 삶을 기준에 두고 지방자치의 방향을 다시 묻는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현장의 바람을 듣고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세우는 지방자치를 차분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바람이 속삭이는 행정의 노래’는 공직자와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행정과 정치의 신뢰 회복을 고민하는 시민에게도 질문을 건넨다. 정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책은 그 질문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다시 꺼내 든다.

작성 2026.02.12 09:58 수정 2026.02.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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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