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BBC는 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진 이후 시리아 과도 정부의 유일한 여성 장관인 ‘힌드 카바와트’의 활동을 다루었다. 그녀는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사회 복지 및 노동부 장관으로서 고아, 미망인, 실향민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카바와트 장관은 정부 내 여성 대표성 부족을 비판하며, 여성들이 단순한 장식적 존재가 아닌 실질적인 의사 결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극심한 빈곤과 부족한 재원, 종파 간 갈등이라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그녀는 대화와 포용을 통해 시리아의 새로운 신뢰를 구축하려 노력한다. 또한 국제 사회의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시리아 여성들이 스스로 독립하여 국가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하고 있다.
"실수는 전환기의 일부일 뿐이다" — 전직 반군 지도자의 변신
2026년 2월, 14년이라는 참혹한 내전의 터널을 지나온 시리아에 마침내 아사드 정권의 종말이 찾아온다. 하지만 독재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승리의 환희가 아닌, 국가의 모든 근간이 증발해 버린 거대한 '진공 상태'다. 폐허가 된 도시 위로 종파 간의 해묵은 증오가 다시 고개를 들고, 국제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 위태로운 이행기의 한복판, 전직 반군 지휘관들과 혁명가들로 가득 찬 과도 정부 내각에서 유일한 여성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힌드 카바와트(Hind Kabawat) 사회노동부 장관이다. 현재 시리아를 이끄는 아흐메드 알샤라(Ahmed al-Sharaa) 대통령은 과거 반군 지휘관 출신이다. 그는 군복을 벗고 정장을 입은 실용주의자로 변신해 서구의 신뢰를 얻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소수 종파를 향한 폭력과 미숙한 치안 통제라는 과도 정부의 '자기모순'이 존재한다.
카바와트 장관은 이러한 혼란을 숨기지 않는다. 그녀는 최근 구 정권의 기반이었던 알라위파 여성을 향한 정부군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 직접 개입하며 인권 보호와 종파 간 화해를 시도한다. 그녀는 분쟁 후의 전환기에는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사법 체계를 바로잡는 과정 자체가 국가 재건의 필수적인 통과의례라고 강조한다.
"들러리가 되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다" — 토큰리즘에 대한 거부
국제 사회는 이슬람주의 성향이 강한 과도 정부가 카바와트를 내세운 것을 두고, 외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장식품(Window dressing)'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그러나 카바와트는 이러한 '토큰리즘'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그녀는 자신이 기독교인이나 여성을 대표하는 소수자로서가 아니라, 오직 실력을 갖춘 '시리아 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음을 명확히 한다. 전직 전사들이 장악한 내각에서 그녀가 살아남은 비결은 피해자 서사에 매몰되지 않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에 있다. 그녀에게 정당성은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부서진 국가, 그리고 빈털터리 정부" — 2,000억 달러의 무게
시리아의 경제적 현실은 참혹하다. 세계은행은 재건 비용으로 최소 2,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하지만, 정부의 금고는 비어 있다. 국민의 90%가 빈곤선 아래에 놓여 있으며, 매일 같이 난민들은 그녀를 찾아와 생존을 구걸한다.
국제 사회의 원조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이웃 국가와의 갈등과 지역적 불안정성은 기부국들이 지갑을 닫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카바와트는 정부가 줄 수 있는 자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국민에게 '독립'을 강조한다. 국가가 안전망을 제공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역설적으로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된다.
피해자 서사에서 권력의 주체로: 정치적 지능의 요구
과거 반군의 거점이었던 이들리브(Idlib)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카바와트는 여성들에게 부드러운 위로 대신 날카로운 질책을 던진다. 최근 과도 의회 선거에서 이 지역의 여성 당선자가 전무했고, 전체 의석 중 여성 비율이 4%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성들이 단순히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신 세력을 결집하고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정치적 지능"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는 여성이 수혜자를 넘어 권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카바와트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준다.
"자유가 없다면 머물지 않겠다" — 권위주의로의 회귀와의 싸움
정부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측근들이 장관들의 권한을 가로채려 한다는 '그림자 정부'의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 이는 투명성 확보의 위기이자, 혁명이 다시 권위주의로 퇴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위험 신호다. 카바와트는 이에 대해 자신의 직을 건 최후통첩을 보낸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차관을 임명할 수 없고 전략을 세울 자유가 없다면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대통령이 특정 세력에만 의존하는 폐쇄성을 버리고 포용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시리아 정부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