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물음표처럼 태어나 별자리처럼 확장되는 사유의 책
‘이코’는 철학적 산문이며,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감각의 기록이다. 이 책은 ‘사랑’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를 그 안에 세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우리는 관찰자가 아니라 하나의 좌표가 되고, 문장과 이미지 사이에서 스스로의 현재성을 자각하게 된다. 이태상 작가는 거대한 이론 대신 미세한 감각을 택하고, 미래의 전망 대신 지금, 이 순간의 떨림을 붙든다. 그 선택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답을 얻기보다, 더 정직한 질문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책장을 덮은 이후에도 오래 남아, 일상의 풍경을 조금 다른 각도로 비춘다.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 사유,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 문장으로 사유에 천천히 도착하는 독자에게 건네는, 한 권의 우주다.
책장을 덮고 나면 세계는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감각의 각도는 분명히 어긋나 있다. 익숙한 거리와 빛, 사람들의 목소리마저 조금 더 깊은 층위에서 울린다. ‘이코’는 삶을 해석하는 새로운 언어를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잊고 지내던 언어를 다시 들리게 한다. 지금을 살아 있다는 감각, 그 단순하고도 우주적인 사실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