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청이 '2026년 AI·디지털 활용 연구·선도학교'<본지 2월27일자 참조> 84개교를 선정하며 미래 교육의 닻을 올렸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에서 제시된 '디지털 시민 양성'과 '인간 주체성 회복'이라는 화두는 반갑기 그지없다. 기술 만능주의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타를 제대로 잡았다는 점에서 본지는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제 AI는 단순히 학습을 돕는 보조 도구가 아니다. 아이들이 숨 쉬고 배우는 교육 생태계 그 자체가 되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저작권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딥페이크 범죄는 이미 교실의 평온을 깨트리는 실존적 위협이 됐다.
실제로 지난 2024년 한해 검거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10명 중 8명이 10대였다는 사실은, 기술 교육의 속도보다 윤리 교육의 밀도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뼈아프게 증명한다.
이제 "기술을 바르게 쓰자"는 식의 공허한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을 다루는 요령만 가르치고 그 속에 담긴 가치와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도구를 다스리는 주인이 아닌 '도구의 노예'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다행히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을 통해 교육 현장에도 윤리적 기준이라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경남교육청이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은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다만, 이 교육이 또다시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암기 과목'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AI 리터러시’는 기기 조작 능력을 넘어선다. 정보의 진위를 비판적으로 거르는 안목, 나의 행동이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헤아리는 마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기술을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도덕적 판단력'이 그 본질이어야 한다. 결국, 기술 교육의 종착지는 성숙한 디지털 시민성을 기르는 데 있어야 한다.
본지는 AI 리터러시 교육에서 창원, 김해, 양산 등 다문화 밀집 지역 학생들이 마주할 '디지털 장벽'이 단순한 정보 소외를 넘어 '기회의 불평등'으로 고착될까 우려한다. 언어와 문화의 벽이 높은 이주배경 학생들에게 급변하는 AI 환경은 자칫 또 다른 소외의 굴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이 초등생에게 무료로 보급한 ‘아이톡톡’ 노트북은 다문화기반 학생들의 하드웨어적 격차는 물론 정보소외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건이었다. 이제 단말기 보급 수준을 넘어, 다국어 지원 AI 튜터를 활용해 학습 격차를 줄이고, 각자의 문화적 배경이 '오류'가 아닌 '다양성'으로 존중받는 포용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편향되지 않은 윤리적 알고리즘을 경험하게 하고, 디지털 문해력을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는 것은 경남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책무다.
K유학다문화신문은 경남교육청의 스마트 단말기 보급부터 AI리터러시 교육까지 미래교육을 위한 혁신에 박수를 보내며, AI·디지털 활용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축적될 데이터와 사례들이 현장의 생생한 디지털 윤리교육 지침으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현장의 선생님들께 당부 드린다. 디지털 기술이 교실의 풍경을 바꾸고 있지만, AI가 정답을 찾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선생님의 따뜻한 눈맞춤이야말로, 경남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진정한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