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5
2월에서 3월 사이
상처 없는 나무가 어디 있을까.
비바람 한 번 맞지 않은 풀도 없지.
작은 씨에서 싹 나서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다.
녹슨 농기구가 세월에 잠기고
폐가의 댓돌 아래서 상처가 피어난다.
2월에서 3월 사이,
빈자리와 여백이 드러난다.
나무껍질은 발뒤꿈치 각질처럼 떨어지고
그 안의 이야기도 흩어진다.
마른 풀잎이 날릴 때
침묵이 요란하게 다가오는 순간을 본다.
내 어깨를 외로움이 툭툭 치고
숨 가쁘고 어설픈 설렘이
천천히, 절뚝거리며 지나간다.
(2026. 한국공공정책신문 2월)
<해설>
시간과 생명, 존재의 경이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상처 없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묻고, 비바람 맞지 않은 풀도 없음을 상기시키며, 모든 존재가 환경과 세월의 영향을 받음을 드러낸다. 작은 씨앗에서 싹이 나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과정 자체를 기적으로 바라보며, 삶의 경이로움과 일상의 소중함을 환기한다. 녹슨 농기구와 폐가의 댓돌, 떨어지는 나무껍질과 흩날리는 마른 풀잎은 시간의 흔적과 상처, 생명의 이야기를 상징한다. 마지막 연에서 외로움이 어깨를 치고, 어설픈 설렘이 절뚝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은 인간 존재의 미묘한 감정과 삶의 흐름을 시각적·촉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전체적으로 시는 세월 속 존재의 기적과 상처, 외로움과 설렘을 자연과 연결해 표현하며, 은유와 감각적 이미지로 독자에게 깊은 몰입과 사색을 제공한다.
<감상>
자연과 시간, 인간 존재의 섬세한 감각을 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삶과 생명의 경이를 느끼게 한다. 상처 없는 나무나 비바람을 맞지 않은 풀이 없듯, 모든 존재는 세월과 환경 속에서 흔적을 남기며 성장한다는 시인의 시선은 평범한 일상을 경이롭게 만든다. 녹슨 농기구와 폐가의 댓돌, 떨어지는 나무껍질과 흩날리는 마른 풀잎은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상처를 상징하며, 자연 속에서 인간 존재가 느끼는 외로움과 설렘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외로움이 어깨를 치고 어설픈 설렘이 절뚝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은, 삶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과 존재의 흐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시 전체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기적과 상처, 그리고 그것을 감각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감각적 이미지와 은유가 조화를 이루어, 읽는 이를 깊은 사색과 몰입으로 이끈다.
한정찬
□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