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율동시회] 간월도의 매화 경(經)

전나문

 

간월도의 매화 경(經)  

 

 

어디선가 내가 신고 걷던 그믐달을 누군가 신고 허공을 걷는다

 

 달빛에 매화가 비췻빛으로 흔들린다 입을 뗀 꽃들의 소요에 설치는 봄밤 꽃물 든 입술에서 발아하는 독경, 마른 가지 살이 오른다 

 

 간월도는 들뜬 봄이 신열을 식혀 가려다 쇠어버리는 곳, 달도 쉬어가려다 바다 위에서 풍장으로 생을 맺는 곳 한 번 인연으로 하늘 하나 바다가 되는 곳

 

 비췻빛으로 달이 환생하고 출렁이는 빛과 어둠이 나고 진다 풀풀 살아나는 마른 잎들이 달빛에 취해 난분분하다 바람도 취해 매화나무 밑에 발이 묶였다

 

 만월 지나 공空이다 우주의 비밀도 꽃과 달의 순리도 모두 공(空)을 지나는 숨결이다

 

 

[전나문]

2025년 《월간시인》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느린 편지』 

한국청소년신문사 문예대상 등 수상. 

동서 문학상.

율동시회 회원.

 

 

 

작성 2026.03.18 10:07 수정 2026.03.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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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