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사랑보다 존경이 먼저다

문용대

결혼의 기초가 사랑이라는 믿음은 절반만 맞다.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할 때, 관계를 심폐 소생하는 유일한 처방약은 서로를 인격적으로 귀하게 여기는 마음, 즉 '존경'이다. 

 

이상헌 시인은 '행복한 부부 되는 법'이란 글에서 바로 이 지점을 준엄하게 짚어낸다. 사랑은 때로 흔들리고 식기도 하지만, 상대를 향한 존경심은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행복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습관에서 싹을 틔운다. "고마워요", "멋져요" 같은 부드러운 말 한마디를 입술에 올리는 것, 타인의 시선에 휘둘려 우리 집의 울타리를 스스로 허물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먼저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건강한 자존감이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다. 

 

상대를 내 소유나 익숙한 배경으로 여기지 않고, 여전히 발견하고 감탄해야 할 소중한 존재로 대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존경의 실천이다.

 

특히 가슴에 남는 대목은 부모의 화목함이 자녀에게 주는 최고의 유산이라는 점이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뒷모습은 아이들에게 그 어떤 교과서보다 값진 생의 지침서가 된다. 결국 부부 관계는 단둘의 문제를 넘어, 한 가정의 역사를 쓰고 다음 세대의 정서를 결정짓는 숭고한 약속인 셈이다. 부모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태도 속에서 자녀는 비로소 세상을 긍정하는 법을 배운다.

 

글을 읽으며 스스로를 가만히 돌아본다. 가깝다는 이유로 무례를 친밀함으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비난의 화살을 던지기 전에 상대의 입장을 먼저 헤아렸는지 말이다. 비교하지 않는 마음, 신뢰하는 눈빛, 그리고 다정한 말 한마디. 이 평범하지만 위대한 실천들이 겹겹이 쌓일 때, 우리의 가정은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장 안전하고 단단한 안식처가 된다.

 

사랑은 피어나는 꽃처럼 눈을 즐겁게 하지만, 존경은 그 꽃이 진 자리에도 묵묵히 남아 나무를 살리는 깊고 고요한 뿌리다. 그래서 오늘도 되새겨 본다. 우리 관계의 가장 첫 번째 자리에, 뜨거운 사랑보다 더 깊고 단단한 이름인 '존경'을 두기로 말이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코스미안뉴스, 브레이크뉴스 고정 필진

한국예인문학, 지필문학, 대한문학, 각종 문학카페 활동

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수필집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영원을 향한 선택’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작성 2026.03.19 10:54 수정 2026.03.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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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