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이사
스텐 침대에 누운 몸이 낯설다.
갈라진 손톱, 차가운 체온을 나눈다.
온기를 기억하는 손끝이 열리고
휘청이던 시간이 빠져나간 자리
투명한 불멸이 고즈넉하다.
담쟁이넝쿨처럼 핏줄을 타고
심장에 백기를 꽂던 날들
질긴 이빨에 물어뜯긴 자리
차가운 이마에 손을 얹고
음각으로 패인 고통의 연대기를 읽는다.
하반신이 마비되자 침대 난간에 기대
세상을 향해 끝까지 밀던 손
눈과 뺨 위로 내려앉은 차가운 불빛
비밀을 삼킨 혀에서 알코올 냄새가 나고
긴 관을 따라 가늘게 새어 나오는
신음이 들린다.
흰 천 사이를 드나들며
날렵하게 죽음을 만지는 손
머리 없는 손이 물처럼 흐르는 길 위를
익숙한 얼굴이 지나간다.
수의를 입히고, 한지로 각을 잡는
산 자들의 위로, 빈손이 닫히고
먼 길을 떠나는 푸른 지폐가 꽂혔다.

정애영
2016년 《예술가》 등단.
율동시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