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동강의 ‘뗏꾼부부’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물이 길이 되고, 사람이 그 위를 삶처럼 건너던 강원도의 깊은 골짜기, 동강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 ‘뗏꾼부부의 약속’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길보다 강이 더 빠르고 정확하던 시대. 사람들은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에 삶을 싣고 굽이치는 동강을 따라 흘러야 했습니다. 그 물길 위에는 한 부부가 살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그들을 그저 ‘뗏꾼과 그의 아내’라 불렀습니다. 남편은 물의 흐름을 읽는 사람이었고, 아내는 바람의 결을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둘은 말이 많지 않았지만 노를 젓는 순간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지요.
강은 그들의 침묵을 알아듣는 듯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깊게 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마가 길게 이어지며 강은 성을 냈습니다. 물은 검게 불어나고, 바위는 보이지 않게 잠겼지요. 사람들은 그날 뗏목을 띄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말했습니다.
“이 강에도 약속이 있다. 우리는 그 약속 위에서 사는 사람이다.”
부부는 결국 뗏목을 띄웠습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흘러가는 듯했지만, 깊은 협곡에 이르자 물살이 짐승처럼 몸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뗏목은 흔들렸고, 바람은 길을 잃었습니다. 그 순간,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건너기로 했지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동시에 노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강의 흐름에 몸을 맡겼습니다. 거센 물살은 뗏목을 산산이 부수었고, 부부의 모습은 물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그 협곡을 지날 때마다 잠시 노를 멈추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물안개가 유난히 낮게 깔리는 날이면 강 위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잠시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노를 젓지 않고,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요.
그래서 동강을 찾는 이들은 물가에 서면 괜히 한 번 더 옆 사람의 손을 바라보게 됩니다. 급한 물살 앞에서 붙잡아야 할 것은 노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그 전설이 조용히 일깨워 주기 때문이지요. 흐르는 물은 모든 것을 데려가지만, 끝내 남겨두는 것은 함께 건너려 했던 마음이라는 사실을 동강은 오늘도 낮은 물소리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강물 소리가 유난히 깊게 들린다면 그건 어쩌면 동강이 들려주는 한마디일지도 모릅니다.
“삶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흐르는 것이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