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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길
떠나기 전날
깊어가는 밤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낡은 고무신으로 길 따라나섰지요
풀숲을 헤치며 달빛 따라 걸었어요
돌아오는 길, 구름이 달빛마저 삼켜버려
발등이 풀 넝쿨에 걸려 넘어졌어요
세찬 바람이 회오리처럼 덮쳤어요
하지만 나는 바람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요
풀잎 탓을 하며 풀잎 때문에 넘어졌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미소 지으며 그마저도 하늘이 내린
또 하나의 길이었노라 생각하고 싶어요
달빛과 함께 고무신에 묻어온
풀잎 스러지는 소리와 바람
그 길 또한 소중한 나의 성소였으니까요

[진정희]
2002년 《한국문인》 등단
시집 『귀로에』
율동시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