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압구정

한명회의 호에서 비롯된 정자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압구정

 

안녕하세요. 최우주입니다. 새로움을 좇느라 잠시 놓쳐온 우리 사유의 뿌리를 다시 꺼내어 오늘의 언어로 마주해 보는 시간입니다. 빠른 해답 대신 오래 곱씹을 숨결을 건네며 지나온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찾고자 합니다. 자, 함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은 서울의 중심 강남구 압구정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조선시대 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한명회의 호에서 비롯된 정자 이름입니다. 

 

장순왕후와 공혜왕후의 부친으로, 조선시대에 유일무이하게 예종과 성종 두 왕의 장인이 된 한명회의 호는 ‘압구’입니다. 한명회는 한강 변에 작은 정자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서 압구정’이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뜻은 “갈매기와 가까이 지내는 정자”입니다. 권력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을 자연 속 한 마리 새와 나란히 놓고 싶었던 마음 그것이 이 지명의 시작입니다. 바람이 강을 스칠 때마다 그는 정치의 소음 대신 갈매기의 울음으로 세상을 듣고자 했겠지요.

 

그러나 그 정자는 오래 남지 못했습니다. 권력의 흐름처럼, 정자의 주인도 시대의 파도에 휩쓸렸고 정자는 결국 사라졌습니다. 터만 남은 자리, 이름만 남은 풍경. 하지만 이름은 묘하게도 더 오래 살아남아 땅의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압구정은 “있었던 것의 부재”로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이곳은 한때 논밭과 강변의 여백이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강남구 개발이 시작되면서 압구정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갖게 됩니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 특히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며 이곳은 대한민국 부의 상징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등장하면서 이곳은 더 이상 주거지가 아니라 “욕망이 전시되는 거리”가 됩니다. 옷과 음악, 얼굴과 이름, 모든 것이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교환되던 곳이 되었죠.

 

압구정은 자연을 벗 삼고자 했던 한 사람의 꿈이 세속의 중심으로 변해버린, 가장 아이러니한 지명입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그대에게 다다랐다면 지혜의 숲을 거니는 사유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저는 최우주 기자였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 2026.04.08 09:50 수정 2026.04.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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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