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의 시] 통영항의 봄소식

김태식

 

통영항의 봄소식

 

 

통영항의 봄은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풍기며 소리 내지 않고 

수평선이 아닌 다도해의 끝자락에서 온다

봄은 섬들이 한복 단추처럼 늘어서 있는 

동좌리, 서좌리, 비진도, 진두, 연화도, 한산도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충무공의 진군나팔에 맞춰 세병관에 상륙한다

 

봄이 빨간 등대와 검은 등대에 연두비를 뿌리면

아낙네들이 연하디 연한 초록빛 바다를 영접하고

갯벌 바닥에 절을 한 보답으로 주워 담은 

바지락조개가 재잘거리며 봄을 허락한다

 

가슴이 흔들흔들

통영항 너머 겹겹이 이어지는 산들의 아슬아슬한 능선을 따라

봄은 넘실대는 즐거움과 빛나는 기쁨을 곰삭이며 온다 

해가 허기를 느끼는 해질 녘 

막 일어난 달이 힘없는 달빛을 앞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봄이 다가 온다 

봄의 환희에 겨워 멈추지 않는 눈물 지우려 애써 하얀 손수건을 꺼내든다 

낮은 곳에 자리한 별들의 흔적을 밑천 삼아 통영항의 봄이 열린다 

 

통영항의 봄은 밤의 적막을 지나

부지런한 새벽이 하늘의 커튼을 젖히면 

한 겨울과 흥정하여 맞이한 아침에 

내 마음의 쉼표를 찍으며 온다 

봄 이슬에 젖은 넉넉한 기억들을 데리고 이른 아침에 하이파이브를 한다

 

화려한 날개짓 보이고 온 천지 만물 앞에 머리 조아려 

봄의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통영항이 겨울 목도리를 벗는다 

어깨동무하듯 포구에 묶여 있던 고기잡이 배들이 밧줄을 풀고 

다가오는 가녀린 봄을 향해 소릿대를 높인다

“어이~ 보소! *토영항에 봄이 와 삣다 아이가”

 

*토영 : 통영사람들은 ‘토영’이라고 함.

*와 삣다 아이가 : ‘왔지 않습니까’의 통영 사투리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

 

작성 2026.04.14 11:34 수정 2026.04.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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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