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율동시회] 첫눈 내린 날에

서창록

 

첫눈 내린 날에

  

 

때늦은 첫눈이  

하얗게 대지를 덮는다  

전나무가 수양버들이 되고 

집들은 납작해질 때까지

 

경비원이 연신 쓸어보지만 

길은 금세 지워지고 

누가 고운지 미운지 

누가 착한지 나쁜지 

분별은 불가능해졌다 

 

늦은 오후 눈발이 잦아들고  

구름 사이 해님도 눈이 부셔

고개를 내밀다 말다,

흑백의 경계가 다시 나타날 무렵 

약속 시간은 다가오는데 

길이 미끄러우니 다음에 보잔다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던 한 해

차가 밟고 간 아스팔트가 유난히 검다 

먼 산은 그러나 한동안 하얄 것이다 

 

 

[서창록]

2019년 『시와 문화』 등단. 

시집 『모닝커피』. 

율동시회 회원.

작성 2026.04.15 08:37 수정 2026.04.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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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