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장자적 상상력 이해 · 3

신기용

Ⅲ.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의 장자적 상상력

 

1. 탈경계적 상상력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2025)에는 장자적 상상력이 중요하게 역할을 한다. 특히, 「탈경계 메타시」 연작에서 장자의 사상과 상상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장자의 나비 꿈」이나 「장자의 해골」 등의 시편들은 장자의 철학적 개념, 특히 물아일체(物我一體)와 상대성, 변화의 개념을 실험적으로 다루었다. 장자의 상상력은 고정된 경계를 넘어서는 사고와 자유로운 형상화를 지향한다. 이는 시의 구조와 내용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가. 상대성과 변화

장자의 ‘호접지몽(나비 꿈)’처럼, 시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경계를 허문다.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특히, 장자의 개념인 ‘물아일체’는 시인과 자연, 인간과 사물 간의 경계를 허물며 상상력의 무한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고는 시에서 주제와 형식의 자유로운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나. 자유로운 상상력과 형상화

시집의 주제는 장자의 사상을 반영하여, 기존의 틀을 넘어서려는 실험적 접근이다. 예를 들어, 「장자의 기러기」나 「장자의 나무」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전통적인 시의 형식과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적 상상력을 구현한다. 이는 ‘무위자연’의 개념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하며, 시적인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다. 탈경계적 사고

시집 전반에 걸쳐 탈경계라는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장자의 해석을 통한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의미한다. 시의 형식과 내용을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상징과 이미지로 다층적 의미를 펼친다. 시는 단순히 외적인 설명이나 논리를 넘어, 독자에게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제공한다. 다성적 운율을 통해 해석의 여백을 남긴다.

 

결론적으로, 이 시집은 ‘장자적 상상력’을 통해 기존의 시적 경계를 넘어서며, 자유롭고 변화하는 상상력을 탐구한다. 장자의 사유를 창작의 기초로 삼은 것이다. 자기 안의 상상력을 풀어내고,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2. ‘탈경계’는 장자적 상상력 핵심

이 일련의 시편(「탈경계 메타시 8–15」)은 장자의 사유를 중심축으로 하여 고전과 현대, 철학과 일상, 삶과 죽음, 유용과 무용(無用) 사이를 넘나든다. 서사적·서정적 실험을 시도한다. 이 시들을 장자적 상상력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두드러진다.

 

가. 탈경계는 장자적 상상력 핵심

장자는 현실과 비현실, 생과 사,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꿈과 깨어남의 경계를 허무는 사유를 전개했다. 이 시편들도 문학의 형식, 시의 경계, 의미의 고정성을 전면에서 허문다. ‘서사와 시의 경계 탈피’ 측면에서 보면, 시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산문적 서술도 있다. 장자의 철학을 입체적으로 설명하는 메타 시구도 등장한다.

 

‘사유의 전복’ 측면에서 보면, ‘무용의 쓰임’, ‘소요유’, ‘호접지몽’, ‘나무의 그늘’ 등 장자의 개념을 전복적으로 재현하여 오늘날의 감각으로 탈바꿈한다. ‘형식의 해체와 유희 측면’에서 보면, 시의 정형성을 해체한다. ‘친구와의 대화’ 형식을 빌려 장자와 포스트모던 시의식을 중첩한다. 장자 특유의 허허실실, 풍자적 화법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다. ‘장자적 상상력’은 경계에 갇힌 사고를 푸는 힘이다. 이 시들은 그 정신을 비교적 충실히 구현한다.

 

나. 무용지용의 시학: 쓸모없음의 가치

시편 전체에 걸쳐 장자의 ‘무용지용’ 사상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해골을 밟고 기억 속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시점(회고적 시점), 바다에 닿지 못하고 죽는 개구리, 날지 못하는 기러기의 죽음, 쓰임이 없어 살아남는 장자의 나무 등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모두 유용성 중심의 세상에 대한 반감과, 무용함 속의 자유를 상상하려는 시적 사유이다. 이는 장자의 철학에서 존재론적 상상력, 곧 ‘다르게 존재하기’, ‘보잘것없는 것의 의의’를 드러내는 상상력과 상통한다.

 

다. 주체와 객체 전복: 혼융의 사유

장자의 상상력은 ‘주객 이분법’의 해체로도 유명하다. 나와 타자, 인간과 자연, 꿈과 현실의 구분이 사라지는 경지를 말한다. 시 속에도 이러한 요소가 자주 드러난다. ‘장자의 나비 꿈’ 측면에서 나와 나비의 구분이 없는 경지를 표현한다. ‘장자의 손톱’ 측면에서 ‘예술과 무기’, ‘여성성과 권력성’의 이분법을 전복한다. ‘장자의 기러기’ 측면에서 무용성과 유용성의 구분을 허물고, 쓸모없는 존재의 죽음을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장자의 소요유’ 측면에서 장구벌레→성충, 물고기→새처럼 변신하는 존재를 통해 ‘본질’과 ‘변화’의 구분을 허물었다. 이는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 입각한 존재 평등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라. 허실과 역설의 미학

장자의 글은 풍자, 패러디, 역설, 탈맥락화한 우화로 가득하다. 이 시들도 이러한 표현을 적극 차용한다. 친구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현대의 시를 “똘끼다!”, “서정주도 산문을 시라 우겼다!”라는 대사는 장자의 허실과 역설을 현대 감각으로 풀어낸 유희이다.

 

장자가 아내의 죽음에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했다는 일화와, ‘저승 개’를 보는 할머니의 환상을 연결하는 장면은 삶과 죽음에 대한 장자의 비극을 초월적 감각으로 계승한 것이다.

 

마. 시 자체가 메타 장치이자 사유의 실험장

인용 시들은 단지 장자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장자의 사유 그 자체를 시의 방식으로 실험한다. 시의 형식 실험 측면에서 보면, 시적 운율이나 압축이 희박하더라도, 사유 구조의 낯설게 하기, 서술체의 은유화를 통해 탈경계의 철학을 구현한다. ‘시에 대한 시’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반문하고 해체한다. ‘언어의 전복성’ 측면에서 보면, 시어 자체를 기능화하기보다, 존재론적 질문의 도구로 삼는 ‘철학적 시도’이다.

 

이 연작 시는 단순한 장자 인용의 반복이 아닌, 장자적 사유 방식, 즉 ‘탈경계적 상상력’, ‘전도된 시각’, ‘존재의 평등한 시선’, ‘유쾌한 허무주의’ 등을 현대시의 언어로 실험하고 전개하는 메타시이다. 장자의 사상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시적 장자학’의 시도이다.

 

3. 장자적 상상력 시 읽기 

가. 탈경계 메타시 8—장자의 해골

 

1

콧구멍 달라붙는 날 

가난한 시인

산에서 땔감을 줍다가 해골을 밟는다. 

(……)

 

3

“시인이란, 똘끼를 토해 내어 글의 예술로 승화해 나가는 자다.”

“시인은 돌아이, 또라이라는 말이제?” 

 

― 「탈경계 메타시 8—장자의 해골」에서

 

핵심 내용은 시적 화자의 어린 시절, 해골을 본 기억을 회상하며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원효 스님의 해골 물 일화를 소환하고, 죽음, 공포, 종교, 미신, 시의 경계에 대한 친구와의 철학적 논쟁을 펼친다.

 

 

죽음을 삶과 동등하게 바라보는 장자의 형평[齊物) 정신, 해골이라는 상징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상상하는 역설적 시선으로 풀어낸 탈경계 메타시이다. 장자의 해체적 사유 방식과 맞닿아 있다.

 

또한, 가난한 시인은 물질적인 가치나 욕망에 얽매이지 않는 존재로, 장자가 말하는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에 가까운 삶을 산다. 장자의 철학은 이러한 삶을 강조하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지향한다.

 

해골을 밟는 행위는 죽음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물아일체를 실현하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장자는 죽음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을 초월하는 자유로운 존재를 지향한다. 해골을 밟는 행위는 그러한 사유를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1) 가난한 시인과 장자의 철학

“가난한 시인”은 외부 세계의 물질적 가치나 사회적 규범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자기 내면의 진리와 표현에 집중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장자의 철학에서도 이러한 존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장자는 ‘자연’과 ‘도(道)’에 순응하며, 인간의 욕망과 제약을 초월해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을 강조한다. 즉, 그는 세속적인 가치관을 벗어나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것을 따라가려는 삶을 중요시한다.

 

장자는 ‘자유로운 영혼’을 강조했다. 이 자유로움은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는 상태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난한 시인은 그런 면에서 장자가 말하는 자유로운 존재의 표본일 수 있다. 세상의 물질적 풍요와 욕망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진리나 미학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장자의 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

 

(2) 해골을 밟는 행위와 물아일체 개념

‘해골을 밟는 행위’는 단순히 시각적으로나 상징적으로 강렬한 심상을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을 장자의 물아일체 개념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장자의 물아일체 개념은 ‘물과 인간,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생각에 기반을 둔다.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상호 작용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장자는 세상과의 구분을 허물고, ‘나’와 ‘세상’의 경계를 없애려 했다. 즉,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으려 했다.

 

해골을 밟는 행위는 한 인간이 죽음을 상징하는 물체인 해골을 밟는 행동이다. 이는 죽음과 생명, 혹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물아일체의 상태에 접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죽음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자의 관점에서는 죽음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자유로 가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연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죽음을 ‘나’와 구분하는 독립적 존재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일부분으로 인식한다. 해골을 밟는 행위는 그러한 죽음에 대한 초연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죽음과 자연의 일부로 합일하는 순간, 물아일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 탈경계 메타시 9—장자의 개구리

 

모든 물을

온새미로 

품는 

바다의 넓은 

품 

 

개구리만은 품을 수 없네.

 

― 「탈경계 메타시 9—장자의 개구리」에서

 

인용 시는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가 결국에는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모래톱에서 죽는다. 바다조차도 모든 존재를 품지 못한다. 우물, 시냇물, 강물, 바다로 이어지는 생의 은유이다.

 

 

장자의 ‘우물 안 개구리’ 우화를 전복적으로 응용한다.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 소요유의 불가능성이라는 장자의 정반대 경로를 통해 오히려 장자 철학의 한계를 드러내는 비판적 상상력을 성취한다.

 

 다. 탈경계 메타시 10—장자의 밤나무 숲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 

사마귀를 노리는 까치 

까치를 노리는 장자 

장자를 노리는 숲지기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히는 법

 

숲만 보지 말자.

 

― 「탈경계 메타시 10—장자의 밤나무 숲」에서

 

인용 시는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 사마귀를 노리는 까치, 까치를 노리는 장자, 장자를 노리는 숲지기이다. 생태계 먹이 사슬을 통해 가해자-피해자-관찰자 관계를 전복한다. 숲 전체가 생명을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약육강식의 시선이 녹아 흐른다.

 

장자의 우화를 생태 윤리와 연결한 변주이다. 생명 평등, 존재의 상호 연결성을 장자의 정신에 충실하게 구현한다.

 

라. 탈경계 메타시 11—장자의 기러기

 

2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창조론자는 성체(成體)인 닭을, 진화론자는 진화의 근원인 달걀이라 답하겠지.)

 

시를 쓸 때, 체용론(體用論)도 쓰임이 있겠네.

 

― 「탈경계 메타시 11—장자의 기러기」에서

 

인용 시는 쓸모없는 동물들은 살아남거나 죽는다는 아이러니이다. 닭과 달걀, 씨앗과 열매, 뿌리와 가지의 관계를 통한 존재와 쓰임의 고찰이다. 또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타적 탐색이다.

 

 

장자의 철학을 실천적 시론으로 연결한 메타시이다. 무용지용의 미학, 상대주의, 무규정성의 사유를 시의 본질로 삼으려는 장자적 태도를 잘 드러낸다.

 

마. 탈경계 메타시 12—장자의 손톱

 

“평론가님도 손톱 조심해요!”

 

인조 손톱을 덧붙여 봐.

손톱은 예술이야.

 

아니, 손톱은 무기야, 무기! 

 

― 「탈경계 메타시 12—장자의 손톱」에서

 

인용 시는 손톱이 무기이자 예술이라는 일상적 이야기이다. 장자 우화 속 ‘손톱을 깎지 않는 천자의 후궁’을 인유했다. 시는 과학이 아니라는 선언과 상상력의 자유를 강조한다.

 

 

일상의 작고 하찮은 사물(손톱)로부터 철학적 사유를 촉발시킨다. 장자의 발칙함, 역설, 일상의 철학을 잘 드러낸 시이다.

 

바. 탈경계 메타시 13—장자의 나무

 

1

장자의 참죽나무 우화

한 살은 일만 육천 년 

그늘에 사람들이 쉬어 간다.

 

쓰임이 없어 살아남아 그늘로 쓰인다.

 

계수나무, 옻나무 껍질

쓰임이 있어 벗겨진다. 

 

― 「탈경계 메타시 13—장자의 나무」에서

 

 

인용 시는 장자의 참죽나무 우화를 변주하고, 쓰임 없는 존재의 생존, 존재의 역설을 담았다. 시도 무용하게 보여야 생존하고 자유로울 수 있음을 녹여 넣었다.

 

 

장자의 사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한 시이다. 무용의 쓰임, 시의 존재 이유, 생존의 아이러니를 시적 언어로 정교하게 풀어내려 했다.

 

사. 탈경계 메타시 14—장자의 호접지몽

 

재생적 체험 정서를 자유로운 연상 작용으로 변용, 미래 지향적으로 승화하여 새로운 정서로, 구체적인 이야기로 창조해야 창조적 상상력. 

 

― 「탈경계 메타시 14—장자의 호접지몽」에서

 

인용 시는 꿈과 현실, 나와 타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이다. 고등어, 붕어, 미역, 장자의 꿈속 존재가 모두 혼재해 있다. 마지막에는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시인’이기를 희망한다.

 

 

장자의 존재 불확정성, 탈자아, 상호 변형적 존재론을 강렬하게 형상화한 시이다. ‘장자적 상상력의 절정’에 해당한다.

 

아. 탈경계 메타시 15—장자의 소요유

 

붉은 맛 찾는 날갯짓은 뱅뱅거림일 뿐

솟구침이나 날아다님일 수 없다.

 

물고기가 새로 몸을 바꿔 

여섯 달을 날아간 뒤 쉰다.

 

진화론으로 풀어낸 장자, 고대 과학자라 부르리라.

 

― 「탈경계 메타시 15—장자의 소요유」에서

 

인용 시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사상을 언급한 것이다. 진화, 변이, 자유, 비행의 이미지로 탈경계화하여 상상한다. 창작자의 자의식과 시론이 철학적으로 연결한다.

 

 

장자의 철학 중 가장 핵심인 ‘소요유’를 상징·은유·화법을 통해 형상화한다. ‘장자적 상상력’의 정수로 손꼽을 수 있는 시이다.

이 시편들은 각기 다른 장자 우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다. 그 안에서 시의 존재론, 사유 방식, 표현의 자유를 실험한다. 장자의 고전은 단순히 인용 대상이 아니다. 시적 실험과 철학적 도발의 재료가 무엇인가? 나아가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4. 장자적 상상력으로 시에 장치한 전경화, 형용 모순, 형상화 표현 

위의 인용 시편들은 전경화, 형용 모순, 형상화를 통해 장자의 철학을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전경화는 기존의 사물과 개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형용 모순은 상반된 개념들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형상화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변환하여 독자가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만든다. 이 세 가지 기법은 각각 시의 깊이를 더하고, 독자가 장자의 형이상학적 사유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전경화, 형용 모순, 형상화 기법은 장자의 철학을 반영하여 기존의 인식 틀을 넘어서고, 형이상학적인 상상력을 펼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각 시에서 이 기법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본다.

 

가. 전경화(前景化)

전경화(Foregrounding)는 “언어를 비일상적으로 사용하여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하는 일. 상투적인 표현을 깨뜨림으로써 새로운 느낌이나 지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으로 프라하학파가 언어학과 시학에서 쓴 용어”(《표준국어대사전》)이다.

 

전경화는 사물이나 개념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을 넘어, 새로운 관점으로 재구성하거나 전환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일상의 상식적인 사고를 뒤집거나, 상징적 의미를 확대시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데 사용한다.

 

전경화는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창조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표현 양식이자 수사적 장치이다. 따라서 그것은 창조적 상상력의 층위 ‘자체’라기보다는, 그 층위에 도달하거나 그것을 자극하는 통로에 가깝다.

 

 (1) 장자의 해골

해골이라는 사물은 죽음을 상징한다. 이 시에서 해골은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존재로 등장한다. 특히 “고사리손으로 모은 솔가리”와 연결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전경화한다. 할아버지와의 대화에서 해골은 ‘옛날 사람’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통해, 해골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존재’로 변화한다.

 

전경화한 해골은 인간 존재의 일시성과 지속성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

 

 (2) 장자의 개구리

개구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전통적인 표현에서 우물 밖으로 나가려는 존재로 변형한다. 이 시에서는 개구리가 바다로 가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묘사한다. 결국,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모래톱에서 숨을 거둔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전경화의 기법은 개구리의 제한된 세계관을 넘어서는 시도로, ‘모든 생명체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가려고 한다.’라는 의도를 드러낸다. ‘우물 밖’이라는 표현은 제한된 인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3) 장자의 기러기

기러기라는 동물은 전통적으로 조직적 이동을 상징한다. 이 시에서는 기러기의 울음을 통한 의미 변화를 전경화한 것이다. 기러기의 ‘쓰임이 없음’을 강조한다. 그것이 자연의 흐름에 따른 존재 가치로 재구성한다.

 

기러기는 ‘쓰임이 없어 죽는다.’라는 표현으로 유용성과 무용성을 넘나드는 의미이다. 그 자체가 모든 존재의 자유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전경화의 존재로 형성한다.

 

나. 형용 모순(形容矛盾)

형용 모순(oxymoron, 날카로운 바보)을 문학에서 모순 어법이라고도 한다. 모순 어법은 “수사법에서, 의미상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말을 함께 사용하는 일. 이를테면, ‘소리 없는 아우성’, ‘수다쟁이 벙어리’ 따위”(《표준국어대사전》)이다. 형용 모순은 “형용하는 말이 형용을 받는 말과 모순되는 일. 가령 ‘둥근 사각형’, ‘유리제의 철기’ 따위”(《표준국어대사전》)이다.

 

형용 모순은 서로 상반되는 의미를 결합하여 이중적인 의미나 모순적 진리를 드러내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주로 모순된 개념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다.

 

형용 모순은 창조적 상상력의 언어적 실천이다. 그것은 이성의 논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 충돌은 파괴가 아니라, 생성의 긴장이다.

 

 (1) 장자의 해골

‘해골은 파헤쳐진 무덤 안에서 뒹군다’와 ‘할아버지는 무덤에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솔가리를 모으라 하신다’라는 표현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해골은 죽음을 상징한다. 동시에 살아 있는 인간과 연결하여 대화를 나눈다. 그 자체로 삶과 죽음의 모순을 표현한다. “옛날 사람”과 같은 형용 모순적 표현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존재하는 시간의 상대성을 나타낸다.

 

 (2) 장자의 개구리

개구리가 바다로 가려는 여정은 끝내 실패한다. 그 여정 자체가 미완성으로 끝난다. ‘우물 밖 개구리’는 자유로움과 불완전성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모순적 상태이다.

 

이 시에서는 ‘우물 밖’과 ‘바다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 자유와 한계라는 두 상반된 개념을 드러낸다. 인간 존재의 끊임없는 갈망과 좌절을 상징한다.

 

 (3) 장자의 기러기

‘쓰임이 없어 살아남고’와 ‘쓰임이 없어 죽는다.’라며 모순적 진리를 표현한다. 유용성과 무용성의 대립적인 개념을 조화시킨다. 기러기의 존재가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살아남는’ 과정과, ‘무용해서 죽는다’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서로 충돌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불가분의 진리로 연결한다. 이는 생명과 죽음의 모순적 관계를 강조한다.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다. 형상화(形象化)

형상화는 “형체로는 분명히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을 어떤 방법이나 매체를 통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형상으로 나타냄. 특히 어떤 소재를 예술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이른다”(《표준국어대사전》).

 

형상화는 추상적 개념이나 철학적 사유를 구체적이고. 심상화 형태로 나타내는 기법이다. 이 기법을 통해, 불가사의한 철학적 사고나 추상적 인식을 구체적인 심상으로 변환하여 독자에게 보다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형상화는 형상적 사유의 산물이다. 형상적 사유는 이성과 감성의 중재 지점에서 발생한다. 형상적 사유는 때로 이성적 사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직관적·창의적 사유에 더 가깝다. 이러한 형상화는 경험된 것의 재현(re-presentation)보다는, 표상(presentation)에 가깝다. 칸트나 가스통 바슐라르의 의미에서 ‘재생적 상상력’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다.

 

 (1) 장자의 해골

해골은 단순히 죽음을 상징하는 존재가 아니다. 구체적인 물체로 등장하여 독자가 죽음과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해골을 자연물처럼 묘사하여 시적인 형상화를 통해 독자에게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부여한다.

 

해골을 밟는 시적 화자의 행동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그려내어, 시각적 형상화 기법을 통해 장자의 사상을 명확히 전달한다.

 

 (2) 장자의 개구리

‘바다로 가는 개구리’의 이미지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존재로 형상화한 것이다. ‘모래톱에서 죽은 개구리’는 그 자유에 대한 실패를 명확하게 시각화한다. 이 시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려는 갈망을 묘사한다. 이는 형상화된 자유의 추구로 나타난다.

 

 (3) 장자의 기러기

기러기를 형상화하여 유용성과 무용성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인 동물적 형상으로 표현한다. 기러기는 ‘자유롭게 날아가는 존재’로 형상화한다. 기능적 제약과 자연적 흐름을 동시에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기러기의 ‘날아가는 모습’은 자유로운 삶을 형상화하는 동시에, 그 자유가 무용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저서:평론집 10권, 이론서 4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4.15 09:03 수정 2026.04.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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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