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
안녕하시지요?
뉴욕의 더위도 어지간하겠지요.
과거의 적폐를 청산한답시고 기무사에 붙어 있던 과거 사령관 수십 명의 사진을 모두 제거했다는 소식을 듣고 몇 자 적습니다. 그 사진 중에는 전직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노태우를 비롯해 많은 장군들이 있었습니다. 기무사는 김구 선생 암살 배후로 지목되었던 김창룡 사령관 시절 특무대로 출발한 기관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변해 오면서 오늘의 기무사가 되었고, 권력의 시중을 들었던 악명 높은 기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 지르고 부수고 흔적을 지워야 하는 역사는 언제나 끝이 날까요? 일제 잔재를 없앤다고 YS가 정부청사였던 중앙청을 허물어 버렸습니다. 그걸 허문다고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없어졌나요?
모든 과거는 적폐요 청산 대상이라면 한반도의 역사는 ZERO가 될 것입니다. 나쁜 역사나 좋은 역사나 함께 보존해야 후손들이 보고 배우고 느끼고 분발하지 않겠습니까. 단군 할아버지의 흔적마저도 없앨 기세입니다. 오천 년 빛나는 유구한 역사라기에는 너무나 초라해 보입니다.
터키나 스페인 같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옛것을 보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기독교의 흔적이 곳곳에 늘려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터키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요? 스페인은 기독교국가 이면서도 곳곳에 모스크가 남아 있습니다.
적폐청산은 당연히 해야지요. 하지만 흔적을 지우기까지 하는 것은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이 언제나 끝이 날 것인지 뉴스를 볼 때 마다 짜증이 납니다. 과거 YS와 DJ가 집권 했을 때도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구호 아래 많은 것을 바꾸어 보려고 했었지요. 그러나 역사를 지우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역사는 흑역사이건 찬란한 역사이건 모두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김원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