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음악(I): 영혼의 소리

이태상

 


음악은 '영혼의 소리'라고 한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은 도덕을 초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 말고는 모든 것이 도덕과 관계가 있는데 나는 도덕이나 윤리와 상관없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뭘 전도하고 설교하는 것을 난 언제나 못 견뎌 했다." 이렇게 말한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 독일 작가 헤르만 헷세와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만일 구약성서 창세기에 있는 말같이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다면 바로 이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작동된 빛이 음과 양 사이의 번개 빛과 천둥소리를 불러 일으켰으리라.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우리 모든 사람과 자연 속에 바람이 들게 해서 하늘과 땅이, 남자와 여자가, 자웅이색(雌雄異色) 자웅이형(雌雄異形)의 동식물이 우리 몸속에서 요동치는 생명의 음악에 맞춰 짝지어 춤추면서 사랑하고 번식 번성하게 되었구나.

 

이렇게 볼 때 우리 한국말이 참으로 기차도록 멋있고 재미있다. 우리말로 음악은 또한 음악(淫樂), 성악은 또한 성악(性樂)을 의미하지 않나. 사람이 내는 음악소리 말고도 자연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곳에나 음악이 있다.

 

졸 졸

바다를 향해 흐르는 시냇물 소리

 

살랑 살랑

사랑 살아 살아 사랑 숨 모아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 높이 부()는 바람 소리

 

출렁 출렁

춘화추월(春花秋月) 어울려 춤추다

 

철썩 철썩

철부지 응석 부리듯

바닷가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

 

똑 똑

꽃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맴 맴 매미 소리

쓰르름 쓰르름 쓰르라미 소리

 

귀뚤 귀뚤 귀뚜라미 소리

 

개굴 개굴 개구리 소리

 

꾀꼴 꾀꼴 꾀꼬리 소리

 

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

 

'으앙' 태어나면서부터 '깔딱' 숨 넘어 갈 때까지 인생 또한 각양각색 다채로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계절뿐만 아니라 인생의 사계라 할 수 있는 생로병사에 따라 생일노래, 결혼축가, 장송곡, 진혼곡, 등으로 이어진다.

 

음악보다 더 보편적이고 세심한 만인의 언어가 없는 까닭에 우리의 가장 큰 기쁨과 슬픔, 착잡 야릇한 심정과 깊은 생각을 말로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사상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 한다.

 

언제나 나뭇잎은 살랑 살랑 바람에, 물방울은 출렁 출렁 파도에 흔들려 잠시도 가만있지 않듯이 우리가 내는 '숨소리' 음악과 우리가 벌이는 '몸놀이' , 다시 말해 우리의 가장 천연스럽고 자연스러운 '마음짓''몸짓'을 말리거나 막을 수도 없고, 또 말리거나 막아서도 안 되리라.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스페인풍 무용곡 '볼레로'를 젊은 날 처음 들었을 때 몹시 흥분됐었다. 요즘도 이 곡을 들을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이 곡은 남녀 정사코스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사랑의 이슬방울과 삶의 물방울들이 쉬지 않고 흘러 흘러 사랑과 삶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자연 코스, 즉 사랑과 삶의 유장한 흐름, 곧 인생역정을 떠올린다.

 

 [이태상]  미국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1.07 11:40 수정 2020.09.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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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