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음악(III): 자연의 소리

이태상

 


모든 예술 중에서 아마도 춤이 음악과 가장 밀접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없는 춤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다정한 벗이나 연인들 사이의 대화처럼 음악은 바람 불듯 물 흐르듯 샘솟듯 이어지고, 별이 반짝이듯 구름 위로 날기도 하며, 꽃피듯 웃음꽃으로 피어나는가 하면 꽃잎에 이슬 맺히듯 가슴속에 사랑의 눈물짓기도 한다.

 

시처럼 음악은 여러 가지 다른 무지갯빛 기분과 감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의 감정과 생각들을 정화하고 순화하며 승화시켜 준다. 그리고 그림처럼 우리가 글이나 말로 하기 힘든 이야기를 그 더욱 감흥을 자아내고 운치 있게 해주며 여운을 남긴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이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듯 음파도 발기된 음악의 중심점으로부터 퍼져 나간다.


심장이 뛰는 대로

가슴과 가슴 사이로

정열적으로 진동하며

심금을 타는 것이 음악이리라.

 

독일의 악성(樂聖) 베토벤이 그의 장엄 미사곡악보 첫머리에 적었듯이 빌고 바라건대 가슴에서 나왔으니 가슴으로 전달되기를...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이고 시적인 영감으로 입신의 경지에서 음악으로 숨 쉬듯 살다 간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슈베르트가 이 한없이 놀랍고 경이로운 예술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감사의 표출로 작곡한 더할 수 없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들 가운데 가장 단순하나 음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음악에게(An die Musik/To Music)’란 노래이리라.

 

어떤 음악이든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노래에서부터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되는 교향곡 심포니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유기체 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어둠속에서 빛이 분리되듯 정적을 깨뜨리고 태어난 소리는 달이 차듯이 차차 커지다 기울면서 어떤 몰아의 황홀경으로 아니면 너무도 평화롭고 고요히 또는 괴괴히 사라진다.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음악도 곡마다 다 다르고 어떠한 두 곡의 음악도 같지 않다. 똑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의 개성과 인격, 그의 연주정신과 연주혼에 따라, 또 똑같은 연주자라도 연주자의 열정과 정감의 깊이와 강도에 따라, 현저하게 또는 미묘하게 다르리라.

 

그렇다면 이 얼마나 맛있고 신통절묘한 우연의 일치인가. 영어에서도 거의 동음이의어 (同音異意語/homonym)인 이 두 단어 오르가니즘(organism)’오르가즘(orgasm)’이 음악의 두 동의어로 바꿔 쓸 수 있음직 하지 아니한가. 어쩌면 이것이 음악의 진짜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 함께

하늘과 땅 음과 양

남과 여 수컷과 암컷

산봉우리와 골짜기

우주 삼라만상 모두

우리 가슴 뛰는 대로

만만출세(萬萬出世)

음악(音樂/淫樂)소리

성악(聲樂/性樂)소리

만만세(萬萬歲)부르자

[이태상]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1.11 11:36 수정 2020.09.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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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