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사로 일하다 보면 죽음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치료가 더 이상 의미 없는 순간 보호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야 할 때가 있다. 생명이 꺼지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은 항상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죽음을 가까이서 본 날은 삶이 다르게 보인다. 별것 아닌 일상이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느껴진다. 밥 한 끼, 아이와의 짧은 대화, 침대에 눕는 순간까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그런 순간을 수도 없이 겪었으면서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마치 영생할 것처럼 산다. 오늘 해야 할 말을 내일로 미루고, 만나야 할 사람을 다음에 만나면 되겠지 한다. 하고 싶은 일은 조금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시간이 많다고 막연히 믿는다.
이게 어리석음이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안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내일, 아니 당장 오늘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은 늘 먼 미래의 일이다. 그래서 오늘을 가볍게 흘려보낸다. 내일이 보장된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하려는 일을 하고 싶어 할까?" 나도 가끔 이 질문을 빌려 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뒤바뀐다.
보호자들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다. 대단한 걸 못 해준 게 아니라 사소한 걸 미룬 것을 후회한다. 이렇게 갈 줄 알았다면 좀 더 오래 곁에 있었을 거라고.
사람이라고 다를까. 우리가 가장 후회할 건 이루지 못한 거창한 꿈이 아니라 오늘 건넬 수 있었는데 건네지 않은 한마디일지 모른다.
영화 〈Knockin' on Heaven's Door〉에서 말기 진단을 받은 두 남자는 병원을 탈출해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둘 중 한 명이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소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거창한 버킷리스트가 아니다. 죽음이 코앞에 왔을 때 사람이 찾는 건 미뤄둔 작은 것들이다.
죽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다. 살고 싶었던 삶을 살지 못한 채 떠나는 것이 무섭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내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기 어렵다. 절대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니까.
죽음에 대한 성찰이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죽음을 자주 떠올리는 사람이 어둡게 사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오늘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이 오늘을 가장 단단하게 산다.
오늘 당신은 어떻게 살았나
[박근필]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읽고 쓰고 말하는 삶으로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박근필성장연구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저서;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부산 시청 특강 외 다수 출강
이메일 : tothemoon_pa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