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초록 향기

노석주

 

초록 향기

 

 

나는 아직 이불 속이다

 

개울가 징검다리를 건너는 듯 상큼함이 파동으로 전해지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잔물결 같은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작은 떨림으로 들려왔다

 

어릴 때 십 리나 떨어져 살았던

딱 두 번 우리 집에 놀러 왔다던

동탄에 사는 초등학교 때 친구가 고향에 들렀단다

 

초록 향이 기분 좋게 잠을 깨우는 아침이다

 

반쯤 무너져 내린 담장 안 허공 속엔

엄마의 냄새가 맴돌고 

돌무더기 틈 사이 담쟁이넝쿨

새 생명들이 

찬 서리를 머금고 있을 그곳

 

허물어진 집터엔

마늘순들이 뾰족거리고 있단다

 

 

[노석주]

2019년 『월간 시』 등단.

작성 2026.05.25 09:55 수정 2026.05.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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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