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솟대

한국 전통미의 핵심인 여백과 암시의 미학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솟대

 

 

안녕하세요. 최우주입니다. 새로움을 좇느라 잠시 놓쳐온 우리 사유의 뿌리를 다시 꺼내어 오늘의 언어로 마주해 보는 시간입니다. 빠른 해답 대신 오래 곱씹을 숨결을 건네며 지나온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찾고자 합니다. 자, 함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성역이나 경계의 상징이며 사람과 하늘을 이어준다는 솟대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솟대는 대개 마을 어귀나 논밭 근처, 혹은 제사를 지내는 공간에 세워졌다. 긴 장대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그 끝에는 오리나 기러기 같은 새가 앉아 있다. 왜 하필 새였을까. 조상들은 새를 하늘과 인간 세계를 오가는 존재로 여겼다. 철 따라 먼 길을 날아가는 철새를 보며, 사람들은 새가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전해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솟대 위의 새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마을의 안녕과 풍년, 액막이를 빌어주는 영적인 전달자였다.

 

특히 오리 모양이 많은 이유도 흥미롭다. 오리는 물과 땅, 하늘을 모두 오갈 수 있는 존재다. 헤엄치고, 걷고, 날 수 있다. 그래서 조상들은 오리를 경계의 존재로 여겼다. 현실과 신성, 인간과 자연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자였던 셈이다. 이처럼 솟대는 단순한 민속품이 아니라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살아온 농경사회의 세계관이 응축된 상징이었다.

 

솟대의 아름다움은 ‘덜어냄’에 있다. 화려한 색도 없고 복잡한 장식도 없다. 긴 나무 하나와 작은 새 한 마리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이 오히려 깊은 여백을 만든다. 바람이 불면 새는 실제로 날지 않는데도 금방이라도 하늘로 떠오를 것처럼 보인다. 움직이지 않지만 움직임을 품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전통미의 핵심인 여백과 암시의 미학이 솟대 안에도 살아 있다.

 

또한 솟대는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이나 동제 때 솟대 앞에 모여 제를 올리고 함께 음식을 나누었다. 솟대는 개인의 행복보다 마을 전체의 평안을 기원하는 장소였다. 오늘날처럼 각자의 방 안에서 불안을 견디는 시대와 달리, 옛사람들은 두려움을 함께 나누며 살았다. 솟대는 그 연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오늘날 높은 빌딩과 통신탑이 하늘을 가득 채웠지만, 정작 인간의 마음은 더 외로워졌는지도 모른다. 하늘과 연결되기 위해 기술은 발전했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마음은 점점 멀어졌다. 그래서 오래된 솟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용해진다. 

 

나무 끝 작은 새 한 마리가 묻고 있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느냐고.

 

오늘의 이야기가 그대에게 다다랐다면 지혜의 숲을 거니는 사유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저는 최우주 기자였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 2026.05.25 09:56 수정 2026.05.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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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