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부채
안녕하세요. 최우주입니다. 새로움을 좇느라 잠시 놓쳐온 우리 사유의 뿌리를 다시 꺼내어 오늘의 언어로 마주해 보는 시간입니다. 빠른 해답 대신 오래 곱씹을 숨결을 건네며 지나온 시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찾고자 합니다. 자, 함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은 여름철 더위의 친구 부채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입니다. 그 부채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손끝으로 바람을 만들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마루에 앉아 부채를 펼치면, 보이지 않던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더위를 쫓았습니다. 그러나 부채는 단순히 더위를 쫓는 도구가 아니라 실용과 예술, 그리고 정신문화가 함께 깃든 우리 전통의 아름다운 생활용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채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죠. 삼국시대 기록에도 부채가 등장하며,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독창적인 형태와 기술을 발전시켰고 특히 조선의 접부채인 ‘합죽선’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만든 살과 한지를 정교하게 접어 만든 합죽선은 가볍고 튼튼하며, 접고 펼 수 있어 실용성이 뛰어났죠. 전주를 중심으로 발달한 합죽선 제작 기술은 오늘날 국가무형유산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부채는 더위를 식히는 생활용품이면서 동시에 품격의 상징이었습니다. 선비들은 부채에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자신의 학문과 예술적 취향을 드러냈고 이름난 화가와 문인의 글씨가 담긴 부채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부채는 탈춤에서는 익살과 해학을 더하는 소품이 되고, 판소리에서는 소리꾼의 장단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며 특히 소리꾼이 부채를 펼치고 접으며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은 하나의 언어와도 같습니다.
부채의 아름다움은 재료에서도 드러납니다. 대나무와 한지, 실과 옻칠. 모두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성질을 활용했습니다. 대나무의 탄력, 한지의 질김, 옻칠의 내구성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기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완성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부채는 바람을 만드는 도구이지만, 정작 바람을 붙잡지는 않죠. 그래서 부채는 무소유의 철학을 닮아있습니다.
오늘날 에어컨과 선풍기가 부채의 자리를 대신했지만, 부채는 여전히 여름 축제에서, 전통 공연에서, 그리고 장인의 손끝에서 새로운 숨결로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편리함이 아닌 손맛과 여유, 그리고 풍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그대에게 다다랐다면 지혜의 숲을 거니는 사유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저는 최우주 기자였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