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이쯤에서 새벽이라고 말해본다

조성자



이쯤에서 새벽이라고 말해본다

 


이마에 띠를 두른 농성현장의 그들처럼

어둠은 물러나려 하지 않지만

강제해산의 호각을 울리고

 

간혹, 불길함은 무리를 지어 골목을 휘젓고 지나갔고

자주, 비행청소년처럼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행복이 곧잘 부풀려지듯 고난도 엄살이 심했다

지나고 나면 다 견딜 만했다고 말하지 않던가

어둠도 곰곰이 따져보면 모호한 기운의 다른 해석일 뿐

입으로 퍼 나르는 말들에 유혹된 탓이다

 

이쯤에서 새벽이라고 말해본다

 

말씀의 지도를 펴 놓고

명랑한 목소리로 쭉쭉 읽어 내리라

겨울 들녘에서 쇄빙선의 앞머리 같은

향기를 꿀벌처럼 거두리라

 

가뿐한 신을 신고 꿀벌의 동작을 배우리라

어디쯤에서 다시 해는 지고 캄캄해지거든

이제껏 그래온 것처럼 거기를

또 새벽이라고 불러보리라

 

 



 




[조성자 시인]

미주중앙일보신인문학상 당선

시문학등단

미주서시문학상우수상 수상

   산문집 바늘의 언어

   시집 기어가는 것은 담을 넘을 수 있다’ ‘새우깡’ ‘아카펠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07 10:02 수정 2020.02.07 10:0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대청의 그거 왜 해?
광주루프탑카페 숲안에 문화복합공간 #로컬비즈니스탐험대 #우산동카페 #광주..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