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낙화유수

 

낙화유수(落花流水), 떨어진 꽃 흐르는 물이다. 노래 제목치고는 너무나도 시()적인 서정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이 노래는 강남달이라는 이름으로 진화되기도 하였다. 1927년 경남 진주출신, 극작가이면서 변사이기도 했던 김서정(본명 김영환 1898~1936)이 만들고 이정숙이 불렀다. 그 해 제작된 무성영화낙화유수0ST. 이것을 1929년 이정숙 노래로 콜럼비아레코드에서 음반으로 발매한다.

 

 

강남 달이 밝아서 님이 놀던 곳 / 구름 속에 그의 얼굴 가리워졌네 / 물망초 핀 언

덕에 외로이 서서 / 물에 뜬 이한 밤을 홀로 세울까 // 멀고 먼 님의 나라 차마 그리워 / 적막한 가람가에 물새가우네 / 오늘 밤도 쓸쓸히 달은 지노니 / 사랑의 그늘 속에 재워나 주오’(1~2)

 

 

제목은 당나라 시인 고변(高騈)의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에 나오는 시구와 같다. 세속을 멀리하고 은둔 중인 도인을 찾아 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온 사연을 읊은 시다. ‘落花流水認天台(낙화유수인천태)/半醉閒吟獨自來(반취한음독자래)’. 꽃이 떨어지고 물이 흐르니 세상 넓은 줄을 알고, 술에 반쯤 취하여 한가롭게 시 읊으며 홀로 왔다네. 천태(天台)는 하늘과 별을 지칭하며 넓은 세상이라는 의미. 고변(高駢, 821~887)은 남평군왕 숭문의 손자. 발해군왕에 봉해졌었나, 부하 배반으로 살해당했다.

 

 

이 노래는 작사·작곡·가수가 모두 우리나라 사람, 그래서 우리 대중가요1호라한다. 김서정은 진주에서 기생 아들로 출생(서울설도 있음)하였고, 단성사 무성영화 변사를 하면서 자기 집에서 일어났던 <기생과 화가의 비련>을 시나리오로 썼는데, 이것이 <낙화유수>영화로 제작되었다. 이원용 감독 복혜숙 주연.

 

 

낙화유수, 지리산 뱀사골


이 노래는 이후에 강남달이란 제목으로 신카나리아와 황금심이 불렀다. 노래 속 강남은 진주 촉석루에서 바라본 남강 건너편. 국민가황 남인수의 생촌(生村) 디벼리도 남강 건너편이다. 경성방송국은 1927216, JODK 호출부호로 개국한 것. JODK는 일제가 ITU(국제전기통신연합)로부터 JO라는 명칭을 할당 받은 후, 도쿄방송국 JOAK, 오사카방송국 JOBK, 나고야방송국 JOCK를 고려하여 붙인 DK.

 

 

이정숙은 당시 홍난파 밑에서 동요를 배우던 학생, 영화감독 이원용의 친여동생이다. 일본축음기주식회사 음반에 가을유희·비행의 꿈·고국생각·고향생각’, 콜럼비아 음반에 갈닙피리·고드름·귀뚜라미·기차등이 전한다. 영화는 1927년 금강시네마에서 제작하였고, 단성사 소속이던 김영환이 스스로 변사(辯士)로 출연하였다. 줄거리는, 젊은 화가와 기생 사이의 사랑이야기. 귀공자(이원용 분)가 울적함을 달래기 위하여 기방(妓房)에 출입하다가 한 기생(복혜숙 분)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화가 집안의 반대로 좌절되고, 실연당한 기생은 마침내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배우 복혜숙은 본명이 복마리, 1904년 보령 출생하여 1982년 타계했다. 감리교 목회자의 딸, 1919년 이화학당 졸업 후 일본으로 수예(手藝)를 배우러 갔다가 연극영화를 배워서 돌아왔는데, 비슷한 시기에 윤심덕·나혜석·김원주 등이 유학을 한 신여성들이다. 복혜숙은 우리나라 최초여자배우 이월화와 비슷한 시기에 배우가 되었다. 당시는 여자역할을 남자배우가 하던 시절. 3.1운동 류관순 열사가 비슷한 시기에 이화학당을 다녔다.


▶ 낙화유수  https://youtu.be/E-ZNQhakVf4


기고 : 유차영 시인, 한국콜마 상무이사

 



정명 기자
작성 2018.08.17 06:26 수정 2018.08.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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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