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무어입니다. 오십 평생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요트의 선장입니다. 재작년 여름, 우리는 LA에서 하와이까지 국제 대양경주에 참석했지요. 비록 작은 쌍동선(雙胴船) 였음에도 노련한 팀워크로 입상했습니다. LA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호기를 부려 지름길을 택하기로 했지요.”
얼마 전 캘리포니아 환경학회에 초대된 무어 선장의 생생한 체험기를 들었다.
“우리가 택한 길은 소위 북태평양 아열대 해류 지역으로 바다의 사막으로 알려져 있지요. 하와이와 본토 중간지역. 이곳은 플랑크톤도, 생선도 씨가 마르고 바람마저 멎은 고기압 지역입니다. 워낙 수심이 깊고 바람이 약해 바닷속 영양분을 끌어 올리질 못하니 큰 생물이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서쪽 1000 마일. 하와이 북쪽 1,000마일 해상, 그 너른 태평양 위엔 우리 쪽배만 고립무원으로 떠 있었습니다.”
선장의 표정이 비장해진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다를 내려다본 나는 악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주위는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뿐이었어요. 축구공부터 레고 장난감, 여행 가방, 자동차 타이어, 주사기, 어망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수평선 너머까지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마치 몸통만 있고 꼬리가 없는 괴물을 본 듯한 큰 충격이었지요.”
무어 선장이 발견한 플라스틱 쓰레기 띠는 최고 1억 톤까지 추정한다. 텍사스주 두 배나 되는 면적에 퍼져있다. 편서풍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도는 북태평양 해류를 따라 쓰레기가 섞여 돌다가 이 무풍지대에 다 모이는 것이다. 마치 큰 욕조의 배수구처럼.
이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띠는 반투명인 데다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위성사진으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 쓰레기의 출처는 20% 정도가 배에서 버린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육지에서 흘려 나온 것이다.
플라스틱 공해가 치명적인 이유는 어떤 박테리아도 썩히지 못하는 영구성에 있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고분자물질이다. 이를 유연하게 하려고 프탈레이트를, 불에 잘 견디도록 PBDE 같은 화학물질을 첨가했다. 이 첨가물들이 암을 유발한다고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썩지 않지만 햇볕에 오래 두면 자외선에 의해 부스러져서 먼지 같은 알갱이들로 변한다.
이 플라스틱 알갱이들은 기름 분자구조를 선호해 DDT나 PCB 같은 유해물질들을 스펀지같이 빨아들인다. 독성물질 덩어리인 것이다. 이 유해한 알갱이들을 플랑크톤이 먹고, 생선과 새들이 먹는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사람 식탁에 오른다.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매년 100만 마리 물새들과 10만에 달하는 물개 같은 바다 포유동물들이 죽어간다는 것이 해양 당국 통계이다.
1869년 천연수지 플라스틱의 발명은 인류의 쾌거로 꼽혀왔다. 존 하이어트란 화학자가 상아(象牙) 당구공을 대체할 합성물질을 추출한 것이다. 그 후 기적의 수지인 레이온, 테플론, 폴리프로필렌 등이 잇달아 합성되었다.
값싸고, 질기고, 편리하고, 용도가 다양한 플라스틱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은 한해 물경 1,200억 톤의 플라스틱이 양산되고 있다. 대부분이 일회용 제품들이다. 코끼리를 살리려는 선한 뜻이 불과 150년 만에 지구를 뒤덮는 공해로 변할 줄 아무도 몰랐다.
한 해양학자가 이런 예견을 했다. “만년쯤 후, 고고학자들이 유적을 파면 온통 플라스틱이 나올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그들은 20세기 전후를 플라스틱 문명 시대로 규정할 것입니다. 그리곤, 플라스틱을 남용하다가 그 독성에 유전자가 오염되어 멸망한 세대라고 결론 내릴 것입니다.”
[김희봉]
서울대 공대, 미네소타 대학원 졸업
Enviro 엔지니어링 대표
캘리포니아 GF Natural Health(한의학 박사)
수필가, 버클리 문학협회장
제1회 ‘시와 정신 해외산문상’ 수상
전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