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삶을 죽는 날까지 어차피 좋든 싫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마지 못해 산다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그 반대로 뭣을 하든 매사에 담담하고 당당하게 임해,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간절히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그 한 예를 2015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미국 여자 프로골프 LPGA HSBC 챔피언스에서 72홀 노보기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박인비에게서 찾아볼 수 있으리라. 박인비(당시 27세)의 멘탈 코치인 조수경 (당시 45세) 심리학 박사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슬럼프에 빠져 골프를 그만 두려 했던 박인비에게 ‘무심하고 당당하게’라는 키워드를 던져 줬다고 한다.
이 두 단어를 가슴에 새긴 박인비는 대회 마지막 날 셔계랭킹 1~3위가 맞대결을 펼치는 숨 막히는 승부 속에서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무심당당’이란 멘탈 비결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적용될 수 있으리라. 그뿐만 아니라 이 순간을 즐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박인비는 말했다.
그리고 박인비에게는 절실함도 있었다. 그 지난해 (2014년) 말 위암 재수술을 받은 할아버지 박병준(당시 83세) 씨가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골프장을 찾아오자 그녀는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우승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렇게 박인비는 메이저 챔피언십 7회 우승을 포함하여 LPGA 대회에서 총 17번 우승하였다. 2013년 4월 15일 박인비는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여자 커리어 그랜드 슬램 챔피언 골프 선수가 되었다. 그 후로도 2013년 4월부터 2014년 6월까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2월까지, 2015년 6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2018년 4월부터 7월까지 세계 랭킹 1위였다.
2014년에 있었던 [Mnet트로트 X] 최종 경선에서 노래 ‘님은 먼 곳에’를 그 음절 한 소절 한 소절 온 심혼을 울리는 절창 중에 절창으로 불러, 그 모습이 너무도 감격스럽고 울림이 크고도 깊으면서 진한 것으로, 우승한 30년 무명가수 나미애의 경우에도 청중석에는 몸이 많이 편찮으신 어머니가 계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딸이 가수로서 빛을 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어머님의 소원을 풀어드리고 싶은 절실함이 나미애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정성(精誠)이 지극(至極)하면 하늘이 감동(感動)하여 정성들인 일을 하늘이 이루게 해준다고, 정성을 다하면 아주 어려운 일도 순조롭게 풀리어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뜻으로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었으리라.
또 하나의, 그것도 한 극단적(極端的)이라기보다 극단적 (劇壇的)인 예로 30년 전 겨울 뉴욕 시내에서 내가 본 영화 ‘나의 왼발(My Left Foot, 1989)’이 있다. 이 영화는 진정한 모성애가 이룩한 기적을 보여 준다. 참된 사랑의 기적을.
태어나면서 뇌성 소아마비로 평생을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누워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식물인간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아이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모성애와 본인 자신의 신념과 용기로 몸 성한 사람 이상으로 열심히 또 신나게 삶을 즐기며 사는 훌륭한 작가 겸 화가가 된 이이랜드 사람 크리스티 브라운 (Christy Brown 1932-1981, 영화에선 배우 Daniel Day-Lewis가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수상)의 감동적인 실화이다. 전신이 마비되었지만 신경이 조금 살아 남아 있는 왼쪽 발가락을 움직여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게 되는 데서 ‘나의 왼발’이란 제목이 붙게 된 것이다.
우리말에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삶이 있는 곳에 결코 절망이란 있을 수 없음을 이 영화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실감케 해준다. 참사랑만 있으면 그 어떤 어둡고 절망적인 여건과 상황에서도 눈부시도록 찬란한 생명의 꽃을 아름답게 피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실로 참으로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아니랴. 살아 숨 쉬는 동안 우린 각자 그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삶이란 알맹이 없는 빈 껍질로 아무런 의미도 없으리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언제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축복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삶과 숨을 즐길 수 있으리라. 심지어 불행한 화(禍)처럼 보이던 일이 지나고 보면 외려 다행스런 복(福)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니 또는 새옹지마(塞翁之馬)나 새옹득실(塞翁得失)이라 하는 것이리라.
보는 사람 눈에 따라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일 수도 나빠 보일 수도 있지 않은가. 세상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것만 보이고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리.
아, 그래서 영국 빅토리안 시대 대표적인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 (John Ruskin 1819-1900)도 이렇게 말했으리.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고 여려가지 다른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bad weather, only different kinds of good weather.”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