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7화 경종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7화 경종

 

경종은 숙종의 큰아들이자 장희빈이 낳은 아들이지요. 경종은 숙종을 닮지 않았다고 기록에 나와 있으니 절세미인인 어머니를 닮았더라면 아주 잘 생긴 남자였겠지요.

어쨌든 열네 살에 어머니 장희빈이 사약을 먹고 돌아가자 외로움에 말을 더듬게 되었으며 혼인을 하고도 자식이 없자 변덕쟁이 아버지 숙종의 갖은 구박에 한없이 위축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머니 장희빈을 편든 소론의 보호가 있었으며 연잉군과 연령군 두 동생에 의지했습니다.

“아우야, 네가 책 읽는 소리가 듣고 싶어 왔다!”

자신의 생모인 장희빈을 죽게 만든 숙빈 최씨가 낳은 연잉군을 무척이나 사랑했습니다. 숙종은 병이 심해지자 연산군의 보복을 걱정하며 세자를 폐하고 그 자리에 연잉군을 앉히려고 합니다. 1717년 노론의 대신 이이명과 독대를 통해 세자는 임금을 대신해 대리청정하게 됩니다. 임금 대신 일을 맡겨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트집을 잡아 쫓아내려는 꼼수였지요. 그러나 내폐적일 정도로 조용하고 어눌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론 신하가 의견을 제시하면 그를 따라 후환을 막을 정도로 현명했습니다. 꼬투리를 잡지 못하자 노론은 청국에서 온 사신 접대를 일부로 소홀하게 한 뒤에 책임을 세자에게 떠넘기는 모욕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덜컥 숙종이 세상을 뜨게 됩니다.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이 임금이 되자 복수를 두려워하던 노론은 꼼수를 핍니다. 청국에게는 임금이 성불구자가 되어서 자식을 볼 수 없다고 말하고는 연잉군을 왕세제로 추대합니다. 소론에서는 펄펄 뛰었지만, 경종은 연잉군을 왕세제로 받아들여 보호합니다. 불안에 떨던 노론은 다음 단계로 경종을 살해할 음모를 꾸미다가 소론에 의해 발각이 됩니다. 숙빈 최씨가 죽었을 때 연잉군과 함께 한 달 동안 명당자리를 찾아다니던 목호룡이 삼급수(三急手)라는 역모를 고변한 것입니다. 경종을 살해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첫째는 칼을 든 자객이 침투해서 죽인다는 것이고 둘째는 궁녀를 시켜 독살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숙종의 유서를 조작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려 임금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많은 노론의 대신과 그 가족들이 처참하게 고문을 받고 죽었습니다. 왕세제인 연잉군의 목숨도 바람 앞의 등불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삼종(三宗- 효종, 현종, 숙종)의 혈맥이었기에 경종은 그를 감싸고 소론의 일부 온건파 대신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론의 강경파와 궁 안에서 이들과 패거리를 만든 내시와 궁녀들의 괴롭힘을 끝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왕세제인 연잉군이 몇 년을 위태롭게 보내는데 몸이 허약한 경종은 즉위 4년 만에 세상을 떠납니다. 간장 게장을 먹고 난 뒤이지요.

왕세제인 연잉군은 이 과정에서 의심을 받게 됩니다. 경종이 앓아눕자 연시(감)와 간장 게장을 경종에게 올렸다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수랏간에서 올린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독을 탔다는 말과 감과 게장은 상극이라 먹으면 탈이 날 것을 알면서도 올렸다는 말이 나돌았습니다. 이걸 먹고 병세가 더욱 나빠진 경종에게 어의(御醫)의 만류에도 인삼과 부자를 처방한 약재를 올려 치명타를 안겼다는 것입니다. 둘 다 좋은 약재이지만 서로 상충하기도 하니 그런 의심을 받은 것입니다. 결국, 이 약을 먹고 경종은 세상을 떠나고 연잉군이 임금 자리에 오르니 훗날 영조(英祖)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세상이 뒤바뀌자 연잉군을 박해했던 소론은 벌벌 떨었지만, 영조는 자신을 모함해서 죽이려 했던 목호룡과 김일경만 처단했을 뿐입니다. 노론 중에서 죽은 이는 사면 복권하고 귀양간 이는 조정으로 불러들였지만, 집권 초기에는 소론에게 정권을 맡겨 탕평정치의 막을 올렸습니다. 어머니를 죽게 한 여자의 아들을 사랑으로 감싼 경종의 열매였습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8.21 15:18 수정 2019.12.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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