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즐겁게 방황하는 사랑이여

시인 차용국



                                  


그해 겨울

바람이 잠시 숨을 고르던 날

그러나 무척 추웠던 날

얼어붙은 냇가 방죽 노란 도화지에

불을 지펴 쓴 사랑


삭풍에

눈보라 마을 덮고

겨울비 온 세상을 때려도

사랑은 여전히 남아

마을 사람들은 모두 사랑을 알았습니다


달려가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불어나는 외지인으로 좁아지는 공간

하늘을 찌르며 올라간 빌딩숲

사랑이 허물어진 방죽 자리엔

힘센 헤라클레스가 인공의 도로를 떠받치는데


태풍이 일고 집중호우가 마을을 범하여

도로가 잠기고 진흙이 덧칠할 때면

외지인들은 집값 떨어진다 걱정하고

이제 몇 안 남은 마을 토박이들은

사랑이 없어 그런 거라 합니다


욕망의 열기가 이글거리는

사랑이 사라진 도시의 거리

사람들도 떠나갔습니다

모두 에어컨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고함을 지르며 달려가는 현란한 불빛이

열대야에 불을 지피는 밤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연기처럼 별을 따라 갔습니다


사방에서 조여 오는 절망의 절벽

긴 어둠의 터널 저편

맑은 별빛 쏟아지는 하늘로

사랑을 찾아갑니다


강물을 스치며 바람처럼 날아간 사랑

불러보고 또 불러보아도

사랑이 떠나간 도시의 거리에서

메아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태초에 태어나 영영 시들지 않은 꽃으로

미로처럼 이어진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홀로 즐겁게 방황하는

사랑이여


 

 

【차용국 프로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학 석사)

 공무원 재직

「다문화 사회의 한국군의 과제와 역할에 관한 연구」 논문


강원 경제신문 누리달 공모전 대상 수상

도전한국인상(문화예술지도자대상)

서울시의회 의장 표창장( 문학공로)

문학신문사 신춘문예 시부문 금상 수상

대한 교육신문사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


저서 시집 삶의 빛을 찾아

                삶은 다 경이롭다 외 다수


최주철 기자
작성 2020.04.06 15:00 수정 2020.04.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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