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11화 사도세자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11화 사도세자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최후를 마친 사도세자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부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 의하면 사도세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부왕인 영조와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주류 사학자들은 이 기록을 믿는 데 비해 비주류 학자들은 한중록(閑中錄)이 손자인 순조에게 자기 친정 집안을 옹호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한(閑)이 아닌 한(恨)을 쓰기도 합니다.

사실이야 어쨌든 사도세자가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것을 양극성 장애, 혹은 조울증이라고 하는데 할아버지 숙종도 앓고 있었던 병이고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의 죽음도 자살로 의심되니 이 병을 앓고 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유전적 소질이 많았던 것이지요.

사도세자는 영조에게는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정실부인인 정성왕후 서씨에게는 자식이 없었고 궁녀 출신 정빈 이씨에게서 얻은 아들이 나중에 효장세자가 되지만 어려서 죽게 됩니다.

영빈 이씨 소생이 사도세자이니 아들로는 두 번째 아들이지요. 아버지 영조는 생모가 무수리라는 콤플렉스가 있는 데다 소론에 의해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기에 매사 치밀하고 의심이 많았습니다. 머리도 좋아 학문도 깊었습니다. 이에 비해 사도세자는 학문보다는 무술연마를 좋아했습니다. 삼국지의 관운장이 휘두르는 커다란 칼을 언월도라고 하는데 비슷한 모양의 대도(大刀)를 능숙하게 다뤘다는 것으로 보아 힘도 세었을 것입니다.

요즘 식으로 보자면 부잣집 외아들이 공부나 경영수업은 소홀히 하고 스포츠에 열중한 셈이지요. 천한 소생이라고 뒤에서 손가락질당한 쓰라림과 함께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권력투쟁을 헤쳐나온 영조의 눈에서 볼 때 세자가 한심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가끔 가다 공부한 것을 시험해 보면서 부족한 점이 드러나면 크게 혼내곤 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세자는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타고난 유전병이 발동했던 것입니다. 강박증과 초조감, 공황장애 같은 병이 조울증과 함께 왔고 옷을 찢는 등 정신분열의 증상도 드러냈습니다. 이것이 한중록에 기록된 내용이기에 혜경궁 홍씨가 거짓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병보다 더 위태로운 것은 주위에서 부자지간을 이간질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세자의 거처인 동궁을 지키는 내시와 궁녀가 모두 옛날 경종에게 충성을 다하던 사람들인데 경종이 아우인 영조에 의해 독살된 것처럼 바람을 불어넣었던 것입니다. 영조는 두 가지 의심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소론 김일경의 사주를 받은 목호룡의 고변이었습니다. 그는 노론의 명문가 자제들이 임금을 살해할 음모를 꾸몄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독살이었습니다. 언제든지 독을 쓸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경종이 죽기 전에 먹은 간장 게장과 생감은 설사를 유발하기는 하나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니 독을 넣었다고 의심한 것입니다. 또 왕세제였던 영조가 부자와 인삼다린 탕약을 제조해 올렸는데 부자는 독성이 강한 약초였기에 의심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런 내막을 알고 있는 측근들은 마치 노론이 영조와 짜고 경종을 독살한 듯 암시를 한 것입니다.

영조도 첫 아들 효장세자가 소론에 의해 복수를 당한 것으로 의심하고 신경이 곤두서고 있는데 아들인 세자가 자신을 의심하고 소론에 기우는 것에 불안했습니다. 집권 세력인 노론도 이인좌의 난과 나주 괘서 사건을 통해 소론의 잔당이 경종의 복수를 꾀하고 있는 것에 불안했는데 세자가 자신이 임금이 되면 진상을 밝히겠다고 하자 제거를 결심합니다.

세자가 임금의 허락을 받지 않고 평안도로 가서 무과 시험을 치른 사건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비행을 나경언이라는 자를 시켜 고변합니다. 이에 세자를 추궁하는데 생모 영빈 이씨마저 세자가 역모를 꾀한 듯이 말하자 영조는 마침내 아들을 죽이기로 합니다. 그것도 뒤주 속에 넣어 처참하게 죽임으로 손자를 노론의 손아귀에서 보호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8.24 10:11 수정 2019.12.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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