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12화 조선의 체제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12화 조선의 체제

 

우리나라는 왕조체제가 굳건한 나라입니다. 신라 천 년 고려와 조선이 각각 오백 년을 유지했으니 상당히 오랫동안 나라가 유지된 것이지요. 보통 왕조는 2~3백 년을 넘기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기에 역사학자 토인비는 조선을 강압적인 전제국가라고 오해한 것이지요.

그러나 조선은 그런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유교의 윤리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성리학이라는 국가이념과 함께 강력한 왕권을 견제하는 신권이 보장되어 있었고 사농공상의 차별로 제각기 역할을 나누어 공동체 구성원들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웃한 일본이 전국시대라는 참혹한 살상의 시대를 끝내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칼에 의한 엄격한 위계질서로 막부를 세워 평화를 유지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면서 오랫동안 중국과 갈등은 천자의 명나라의 제후국을 자처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작은 나라였지만 고분고분하지 않아 말을 잘 듣지 않던 고려와 달리 조선은 신하의 나라가 되어 몽골족을 몰아낸 한족 중심의 명나라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이웃한 나라가 욕심을 부려 침략하지 못하도록 금(金)을 채굴하지 못하게 하거나 별은(別銀)이라고 불러 마치 우리 땅에서는 금이 생산하지 않는 것처럼 했습니다. 집도 옷도 화려한 치장을 금지했습니다. 가난하게 보이므로 도둑질하려는 마음을 근본적으로 없앴던 것입니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안정되자 신분주의에 의한 효율적인 내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신분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머리의 양반과 팔다리의 상민이지요. 즉 학문을 통해 사회를 이끄는 계층과 생산에 전념해야 하는 계층이 있다는 것이지요. 식생활을 책임지는 농민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성리학에 의한 통치는 농민을 기반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유교의 민본주의 통치 아래에 있다고 지금의 민주주의처럼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역 영주가 통치하는 일본은 지역을 도망치는 탈번(脫藩)을 반역으로 다스렸지만, 왕조체제하의 조선에서는 거주 이전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개 농민은 평생 자기 마을 밖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지배계층인 양반은 향약을 만들어 농토를 버리고 떠나는 농민이 없도록 했습니다. 공업에 종사하는 장인(匠人)을 ‘쟁이’라고 낮추고 상업에 종사하는 상인을 ‘장사치’라고 부르며 업신여겼습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짓게 하는데 전념하게 한 것이지요. 보통의 농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다 죽었습니다. 간혹 시장을 가기 위해 마을 밖을 벗어나기도 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로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종교도 근처의 절에 불공을 드리거나 무당을 찾았습니다. 병이 났을 때도 비싼 의약재를 쓸 수 없었기에 침뜸이나 무당의 굿으로 치료했습니다. 모든 경제활동을 농업에 의존했기에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했지만 아이 낳는 것을 장려했습니다. ‘자기 먹을 것은 타고난다.’는 낙천주의 인생관으로 아이를 많이 낳으면 절반 이하가 병으로 죽어도 운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인구의 숫자는 농사를 짓는 노동력이며 전쟁이 나면 유용한 군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남아선호 사상이 생겼던 것입니다.

양반은 이들 농민을 소작으로 해서 일정한 비율의 곡식을 취하면서 학문에 전념했습니다. 서양의 귀족제도와 달리 각종 과거에 합격하지 않으면 양반의 자격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3대에 걸쳐 소과에서 진사나 생원이 되지 못하면 그 집안은 양반의 자격을 상실해서 군역을 지거나 군포를 내야 했습니다. 증조부가 영의정을 지냈어도 그 후손이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양반 소리를 못 들으니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불평불만이 적도록 노력한 것이 조선의 체제였습니다. 그러나 천국은 아니었으니 체제를 뒤엎으려는 반란은 끝이 없었고 왜란이나 호란을 당하면 체제가 위협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8.24 10:13 수정 2019.12.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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