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13화 주거지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13화 주거지

 

한중일 3국의 전통 가옥을 겉으로 보기에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우리 것이 예쁜 버선코처럼 지붕이 휘어진 것에 비하면 일본은 평평하고 반대로 중국은 양 끝이 하늘로 치받쳐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지만, 원형은 당(唐)나라의 집 구조이었습니다. 세계 최강국이며 선진국이었던 당나라의 집 모양을 신라나 일본이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이런 선진 기술이 들어오기 전에는 아마도 짚풀로 만든 초가 형태나 나무판자로 만든 너와집 형태였을 것입니다. 고구려 시절에는 겨울이면 깊이 땅굴을 파서 그 안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추위가 닥치면 온 몸에 돼지기름을 바르고 사다리를 통해 지하의 땅굴로 내려갔는데 깊이 땅굴을 파서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부자로 쳤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나 최고 지도자가 사는 집이 제일 크고 화려할 것입니다. 중국의 자금성은 명나라때 건축물로 크고 위용이 있습니다.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는 목적도 있고 조공을 드리는 제후국의 사신의 기를 죽여 딴 마음을 적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지은 것입니다. 이에 비해 조선의 왕궁은 규모가 작고 담도 높지 않아 백성과 따로 논다는 기분이 안 듭니다. 그러나 단일 왕궁으로는 작은 듯해도 창덕궁, 경복궁, 창경궁 등 여러 궁을 연결해 보면 중국에 비해 규모가 적은 편은 아닙니다.

조선이 건국하면서 도성을 지금의 서울로 옮기면서 경복궁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앞으로 양쪽에 육조(六曹)를 만들어 정사를 보았습니다. 왕궁과 육조를 중심으로 주변에 한성부, 사헌부, 사간원, 포도청 등 통치에 필요한 건물을 세웠습니다. 왕궁 안은 사각지고 평평한 돌을 갈았고 육조 앞은 마사토(굵은 모래)를 깔아 배수와 미관을 최대한 고려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구한말 외국인의 기록에 의하면 무척 깨끗하고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일반인의 기와집은 양반 관료, 중인, 평민이 신분에 따라 크기를 제한했습니다. 한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넓이를 말하는데 벼슬에 따라 규모를 정해 고관도 99칸을 넘지 못하게 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만약 신분이나 벼슬에 어긋난 큰 집을 지어 살거나 화려한 장식을 하면 관청에서 나와 단속을 했으며 이런 문제로 벼슬자리를 잃은 관리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거지를 사소한 것까지 법으로 정한 것은 질박한 유교 전신 아래 신분차별의 공고화를 노린 것입니다. 마당에 마사토를 깔았는데 배수의 편이도 있지만, 마사토는 밟으면 소리가 나기 때문에 밤에 도둑이 드는 것을 막았습니다. 또 노론 양반은 북촌, 소론은 남산 밑 중인은 청계천 등 신분에 따라 당파에 따라 사는 곳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로 가난한 서민들은 벌레가 들끓는 초가집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의 반지하처럼 땅에 반쯤 파묻혀 지었기에 지열로 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초가집에서 점차 살기 편한 기와집으로 바뀌어 가는 가운데 강원도 산골처럼 눈이 많은 지역은 판자로 이어 만든 너와로 폭설에 대비한 집은 오랫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양반 기와집도 온돌이 있는 방은 노약자들이 사용하고 대부분 판자 위에서 생활했습니다. 주인도 이런데 하인들은 온돌은 꿈도 꾸지 못하고 가마니를 깔고 여러 식구가 한 방에서 기거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큰 방에서 거주하는 신분은 극히 일부로 대부분 작은 방에서 옹색하게 기거해야 했던 것입니다. 큰 집을 짓는 비용도 그렇지만 난방비의 절감 때문이었습니다. 온돌은 한민족의 창의적 발명품으로 지금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북방의 매서운 추위를 이기는 지혜에서 나온 것입니다. 돌의 열전도율을 이용해서 달궈진 돌이 식을 때까지 보온하는 기술인 온돌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시골의 경우 산에서 죽은 나무를 장작으로 구할 수도 있지만, 도성의 경우 나무꾼이 파는 장작을 사서 때야 했기에 온돌 사용을 제한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8.30 14:00 수정 2019.12.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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