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오다
깜깜한 밤하늘 샛별처럼
하늘의 슬기로 반짝이는
알무스타파 그가 태어난
고향 섬으로 돌아갈 뱃길
기다려 오르파리스성에
그는 열두 해나 머물렀다.
열두 번째가 되는 가을
익은 곡식 거둬들이는
추수의 9월 초이렛날에
저 성 바깥 언덕에 올라
망망한 바다 바라보니
기다리던 배 안개 속에
마침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가슴 속에 치솟는
귀향의 감회와 설렘이
아득히 바다로 날았다.
벅찬 감격에 눈을 감자
하늘을 날던 그의 넋이
바닷물에 빠져들었다.
그의 가슴속에 파도처럼
슬픔이 갑자기 밀려왔다.
아픔 없이 떠날 수 없지.
괴로움으로 보낸 날들도
외로움으로 지샌 밤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여기 저기 내 가슴 쪽들
산산조각 흩어져 있는데
홀가분히 떠날 수 없지.
그렇다고 더 머물 수도
더는 늦출 수도 없는 일.
목소리는 입술을 떠나
하늘 바람을 타야 하고
독수리는 둥지를 떠나
저 하늘 높이 날아야지.
이렇게 혼자 말 하면서 그가 언덕을 내려오자 배가 그의 눈 안에 들어왔다. 뱃머리에 서있는 고향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소리 없이 속으로 외쳤다.
옛날 옛적 우리 어머니의
자식들 파도 타는 벗들아
나도 이제 저 배를 타야지.
너희들과 더불어 가리라.
잠들 줄 모르는 어머니
만물의 어머니 바다여
그리움이 맺힌 물방울
당신의 품에 안깁니다.
이렇게 외치고 돌아다보니 그가 타고 갈 배가 왔다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날 어두워지는 황혼녘
먼동 트는 새벽녘인가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 할 수 있을까
성안으로 들어가자 무리가 그를 에워싸고 그가 떠나는 것을 섭섭해 했다. 무리가 그를 따라 사원 앞마당으로 갔다. 이때 여승 알미트라가 사원에서 나와 그를 맞았다. 이 여인이 그를 반겨 말하기를
선생님의 배가 도착했고
선생님 망향의 그리움이
저 바다처럼 출렁이는데
선생님 떠나시지 못하게
우리가 붙잡을 수 없지요.
우리가 아무리 선생님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해도.
그렇지만 빌고 바라건대
떠나시기에 앞서 사람이
삶을 사는 일들에 대해서
우리 좀 깨우쳐 주셔요.
[카릴 지브란]
레바논이 낳은 세계적 시인, 철학자, 화가
인류의 평화와 화합, 레바논의 종교적 단합을 호소
[역자 이태상]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 전공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전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