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2화 출세의 사다리, 과거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2화 출세의 사다리, 과거

 

조선은 차별이 엄격한 신분사회였습니다. 양반이라는 지배 계급과 평민, 천민으로 이루어진 피지배계급의 위계질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순이 많은 문제사회였지만 서양보다 우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과거제도입니다. 서양은 귀족이 대대로 직위를 세습했지만, 조선은 특권층인 양반계급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과거에 합격해야 했던 것입니다. 천민을 제외한 모든 계층이 응시 자격이 있어 일반 상식과 달리 평민 합격자도 많았다고 합니다.

문과시험과 무과시험으로 나뉘었는데 문과 시험은 3년에 한 번 보는 식년시를 기본으로 했으나 증광시, 알성시, 별시 등이 있어 실제로는 매년 있었고 초시, 생원. 진사시, 전시 세 번의 시험에서 9번에 걸친 어려운 테스트를 거쳐야 벼슬길에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험인 소과는 각도별로 할당된 인원으로 240명을 뽑는데 사서삼경을 암송하는 생원과, 시(詩)등을 짓는 진사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합격하면 백패를 받게 되는데 대과를 볼 자격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대과에서는 최종적으로 33명을 뽑게 되는데 합격자는 홍패를 받게 됩니다. 대과 합격자는 임금 앞에서 전시를 보게 되고 여기서 등수가 매겨지는데 일등을 장원(壯元)이라고 합니다. 임금 앞에서 치르는 전시는 중요했으니 처음 임관되는 품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장원 급제자는 종6품, 나머지 갑과에 해당하는 2명은 정7품, 을과 7명은 정8품, 병과 23명은 정9품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힘든 시험과정을 통과해야 벼슬을 얻을 뿐 아니라 소과에라도 붙어야 4대에 걸쳐 양반의 자격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5대조 할아버지가 영의정을 지냈어도 그 후손이 당대에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양반의 특권을 잃고 세금을 내야하고 병역의 의무도 지내야 합니다. 이래서 평민은 양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양반은 양반을 유지하겠다는 초조함으로 과거시험에 몰두하게 됩니다. 과거에 합격하려면 자기 키만큼의 책을 암기해야 했으니 6살 정도에 공부를 시작하면 삼십 년 이상 꾸준히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지 않은 양반 과거 준비생 중 상당수가 평소에는 빈둥거리다가 도성에 올라가 시험 치는 척만 했으니 요즘의 수능포기자와 비슷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향교, 학당 등 공교육이 부실했기에 실력이 뛰어난 선생이 가르치는 사교육이 성행했으니 요즘의 족집게 과외 선생의 원조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또 자신은 번번이 시험에 낙방했지만 가르친 제자는 척척 합격하게 하는 선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 합격으로 얻는 이득이 막대했음으로 문제 사전유출, 대리 응시, 커닝페이퍼, 답안지 바꿔치기 등 요즘 보이는 시험부정과 다를 바 없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리시험만 쳐서 생활하는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양반들은 문과에 합격해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합격은 쉽지 않았으니 서울에 사는 사람은 불시에 공표되는 과거시험 날짜에 맞춰 대비할 수 있고 시험문제에 대해서도 정보를 사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집권층이 부패할 경우 시험문제를 평소 파악하고 있다가 자기의 자식이나 친척에게 몰래 누설하기도 했습니다. 정조 때 처음으로 세도정치를 편 홍국영이 그리했습니다. 비상한 두뇌를 가졌던 그는 시관으로 뽑혀 관청에 머물고 있는 벼슬아치의 하인이 급히 집으로 가는 것을 지키고 있다 돈으로 매수해서 편지를 읽어 봅니다. 그 편지에는 시험에 나올 문제가 적혀 있었습니다. 홍국영은 거기에 맞춰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시관 아들과 함께 과거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부정이 횡행했으나 발각되면 과거 응시 자격이 박탈되거나 유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각고 끝에 등과하면 요즘에 사법고시 합격하면 플래카드 내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원급제자는 사흘 동안 머리에 어사화를 꽂고 곳곳에 인사를 하러 다니는 유가(遊街)를 벌이기도 합니다. 물론 보통 급제자도 집에서 크게 축하 잔치를 벌였습니다. 벼슬을 하는 것은 양반자격 유지는 물론이고 가문의 영광으로 족보에 기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9.18 16:14 수정 2019.12.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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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