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3화 벼슬아치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3화 벼슬아치

 

지금도 공직은 선망의 직업입니다. 공직은 국가운용에 역할을 한다는 보람도 있고 지위보장도 있으며 수입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벼슬아치는 직업의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가문을 빛낼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과거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습니다. 문관을 뽑는 문과, 무관을 뽑는 무과, 그리고 의관. 역관 등 기술직을 뽑는 잡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시험 중에서도 높이 쳐 준 것은 문관이었습니다. 조선의 국교인 성리학을 익힌 유생들을 나라의 근간으로 삼기 위해 문관 관료로 뽑은 것입니다. 커다란 틀에서 국가를 운용하기 위한 인재를 벼슬을 통해 구한 것입니다. 실제 행정은 과거를 거치지 않은 하급관료나 중인계급의 서리가 하는 것이기에 성현의 가르침으로 수양한 유생이 이들이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감시 감독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 성현의 가르침으로 만들어진 사서오경(四書五經)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필기와 구두시험으로 보는 것입니다. 벼슬아치의 직무능력보다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지요. 민생을 잘 보살펴야 하고 일 처리에 공정하고 청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바늘구멍같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벼슬길에 나갔지만, 출세는 쉽지 않았습니다. 수석합격인 장원은 종6품으로 시작하지만 대부분 종9품으로 벼슬을 하게 됩니다. 성적 우수자는 홍문관, 사헌부 등 청요직으로 불리는 벼슬로 장차 정승까지 바라보지만 그렇지 못한 이는 곧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권지(權知)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요즘 말로 수습관료입니다. 이것을 몇 년 동안 지내야 비로소 봉록을 받는 벼슬아치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권지마저 합격한 지 7년 후에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벼슬을 원하는 이는 많은데 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한미한 가문이나 평민 출신은 과거시험 때 걸러지거나 벼슬을 아예 포기해야 했고 가뭄이 들어 백성이 굶주릴 때 쌀을 받쳐 이름뿐인 벼슬인 공명첩도 남발했습니다. 물론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한 가문 출신은 과거를 거치지 않고 벼슬길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 학문으로 이름을 떨치거나 효행이 깊은 사람은 왕의 명에 의해 벼슬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음서제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벼슬을 한 사람은 높은 벼슬은 하지 못합니다. 다만 왕명으로 현직의 벼슬아치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거에 합격해야 승진할 수 있습니다. 벼슬을 관장하는 관청이 이조(吏曹)였는데 정5품의 이조정랑이 인사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위직이 인사권으로 세력화하는 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인데 이 때문에 각 당파는 이조정랑을 자기 사람으로 하기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였으며 이들이 당쟁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벼슬아치의 대우는 어떠했을까요? 조선 전기에는 봉록 외에 직전이라는 땅을 받았지만, 부족해지자 봉록만 주었습니다. 서울은 마포 광흥창에서 쌀과 잡곡 등으로 월급을 주었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박봉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벼슬아치는 지방의 군수나 관찰사로 나가기 원했습니다. 조정에서 지방 관료를 후대한 데다 나라에 받치는 것 이외에 나머지 세수는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리가 많이 발생해 임금은 암행어사를 보내 이들을 감시했습니다. 벼슬아치는 입신양명의 뜻을 품고 높은 벼슬에 오르기 원했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고는 낙향했습니다. 벼슬을 지낸 관리는 고향에서도 명망을 유지하며 중심인물로 가문을 이끌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양반 관료의 출세과정이지만 밑의 하급 관리들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월급을 받지 않는 관리도 많았으며 이들은 벼슬자리를 얻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부수입을 챙겼습니다. 예를 들어 포도청에는 무료부장이 있어 품계도 없이 일하는 포교가 있었고 포졸도 월급이 없어 부업으로 수공업을 해서 얻은 이익으로 생활하기도 하고 난전이라 하여 시장을 열어 물품을 거래하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지방의 향리도 월급이 없었고 대대로 그 직을 수행했기에 부정부패가 심했습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9.18 16:15 수정 2019.12.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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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