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4화 암행어사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4화 암행어사

 

백성은 굶주림에 배를 움켜잡고 있는데 부패한 수령은 풍악을 울리며 잔치를 벌입니다. 기생을 옆에 끼고 주흥에 젖고 있을 때 허름한 옷차림의 과객이 들어와 개다리소반을 앞에 놓고 수령을 비판하는 시를 읊습니다. 좌중이 싸늘해진 순간 역졸들이 들이닥칩니다.

“암행어사, 출도야!”

박문수는 암행어사의 아이콘입니다. 전국 방방곡곡 박문수의 전설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조선조에 삼백여 명의 암행어사가 있었는데 유독 박문수가 그 대표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더군다나 박문수는 공식 기록으로는 암행어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조정에서 파견되어 지방관청에서 감사(監査)하는 별견어사를 몇 번 한 것이 전부지요.

“아니, 그럼. 어째서 암행어사 박문수라고 한데요?”

이렇게 되물으시겠지요. 브랜드가 고유명사처럼 된 예가 지금도 많이 있습니다. 조미료 대신 미원, 청주 대신 정종 등등. 이렇듯이 암행어사하면 박문수를 떠올리다가 보니 그리된 것입니다. 또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박문수가 암행어사를 안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셈에 밝아 호조에 있을 때 회계처리를 잘했고 이인좌의 난에서는 종사관으로 신출귀몰한 활약을 했다는 기록을 보아 암행어사를 비밀리에 수행했을지도 모릅니다.

암행어사는 세계 유일의 제도입니다. 중국도 어사가 있지만 감사하는 역할만 했을 뿐 이렇게 조직적으로 규찰하지는 못했습니다. 요즘 부패행위를 고발하는 공익제보자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듯이 그 당시 지방 관료는 암행어사를 두려워했습니다. 암행어사는 지금의 검찰, 감사원, 국정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부패 관리 적발과 함께 민정도 파악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암행어사가 되었을까요? ‘춘향전’의 이몽룡처럼 과거 시험에 붙어 어사(御使)가 아닌 어사(御士)로 내려오는 예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경력짧은 관료를 선발했습니다. 오랜 관료 경력자는 지방 수령과 여러 인연이 있을 수 있기에 때 묻지 않은 청렴한 관리가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또 2~3개월 신분을 숨기며 도보로 걸어야 했기에 젊은 관리이어야 했습니다. 우선 고위 관료들에게 추천을 받으면 대상자를 불러 모으고 암행지역은 임금이 추첨을 통해 결정합니다. 그리고 봉서(임명장), 사목(할 일), 마패와 유척(자)을 수여합니다. 그러나 더러 이 네 가지를 하급 관리를 시켜 본인에게 비밀리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동대문, 혹은 남대문에서 봉서를 뜯어 암행지역과 임무를 보고 길을 떠납니다. 여행비용은 비밀엄수를 위해 전부 본인 부담이었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지방 수령의 공적.사적 생활을 파악하고 비리를 저지른 관리를 처벌하고 선정을 베푼 관리는 포상을 건의했습니다. 암행어사를 상징하는 마패는 말이 그려진 둥근패로 이것으로 역졸들을 동원할 수 있었습니다. 어사가 출두할 때 역졸이 마패를 들어 보이며 외침으로 어사의 신분을 증명하고 때로 도장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유척은 자(尺)로 매를 치는 곤장의 두께를 잼으로 법에 어긋나게 죄인을 다루는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미리 고을의 여러 사람에게서 수령에 대한 평가를 탐문한 다음 역졸들을 이끌고 관아에 출두한 암행어사는 옥에 갇힌 죄인들을 심사해서 처분하고 장부를 가지고 창고의 물품을 대조한 다음 일치가 되지 않을 때 수령의 직무를 정지하고 문을 봉쇄합니다. 이렇게 암행을 끝내면 왕에게 보고서를 쓰게 되며 이것에 따라 수령이 벌을 받거나 표창을 받습니다. 이래서 부패한 수령은 암행어사의 출현을 두려워했으며 미리 알아내 감시하거나 독살하기도 했고 훗날 정치보복도 했습니다. 암행어사 제도는 수령의 전횡과 부패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암행어사로 선발된 이가 해당 지역으로 가기 전에 누설해서 미리 대비하게 하거나 아는 수령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행위도 있었고 암행어사 본인이 뇌물을 받는 예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9.18 16:16 수정 2019.12.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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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