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아시나요? 대도

박지니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대도리. 경상남도 하동군에 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경상도에서 나고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도(우리 일행 거의) 그럴진대 대개의 사람들은하동하면 화개장터나 지리산 아래 산동네정도로만 생각한다. 더러는 매실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최참판댁 정도만 알리라 짐작해 본다. 하지만 하동군에도 엄연히 섬이 있다.


대도라는 섬이다. 대도는 개발을 안고 생태마을로 거듭나고자 애를 쓰고 있는 예쁘장한 섬이다. 대도는 알고 보니 장수이씨 집성촌이란다. 우리 일행들은 진주에서 출발하여 남해대교가 훤히 보이는 하동 수협 본점 앞에 있는 신노량항에 주차를 했다. 대도로 가는 정기도선으로 매표를 하고 배를 탔다. 하루에 7번을 오가며 성수기에는 수시 운행도 한다고 한다.


그래 바로 이 내음이야. 짭조름한 바다내음.’

15분 정도의 뱃길이지만 바다가 주는 그 특유의 내음을 나는 참 좋아한다. 하얀 포말이 바로 손바닥을 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과 넓은 바다위에 두 다리가 서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대도의 파수꾼처럼 버티고 서있는 빨간풍차가 우리들 눈에 들어오자 이내 섬에 도착했다. 섬의 언덕에 새겨져 있는 대도 파라다이스라는 하얀 글씨가 눈을 끌어 당긴다.


대도 파라다이스자연파괴와 보존의 갈림길에서 생태와 웰빙을 위해 애쓰고 있는 대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마을에 첫 발을 디딘 우리들은 미역을 널어 말리며 바다를 보고 앉은 동네 어귀로 들어섰다. 섬 주민들의 다닥다닥한 집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을 지나서 마을 중앙 언덕으로 향하기 위해서다. 짧은 언덕이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노라니 중앙 언덕에서 근엄한 표정의 이순신 장군이 우리들을 반겨준다. 앉아서 쉬어가라고 작은 팔각정자까지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곳은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잠시 쉬며 작전을 구상했던 곳이라고 한다. 장군은 노량의 관음포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틀림없이 어지러운 이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편단심을 재정비하였으리라.

팔각 정자에서 남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내리막길의 오른쪽 벽면에는 바다햇살을 닮은 진한 녹색의 담쟁이들이 반짝거리며 힘차게 바다를 향하고 있다. 벽이 끝나는 곳은 예전에 노량초등학교 대교분교 터가 있다. 1947년에 개교를 해서 2008년에 2명의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배출하고 폐교를 했다. 아주머니 한 사람이 비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곳은 지금 펜션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운동장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는 넓게 펼쳐져 있지만 두 팔을 활짝 벌리면 바다는 애기마냥 내 품 안으로 들어오는 듯 포근한 느낌을 준다. 푸른 바다를 보며 공차기를 하던 그때의 아이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시푸른 바다 한 가운데에서 통발로 낙지를 잡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액자의 한 컷처럼 아름답게 담겨있다. 낙지 살라우? 통발로 잡는 자연산이니께.“ 아저씨의 커다랗고 걸쭉한 목소리가 정겹게 바람을 타고 온다. 폐교 앞에서 다시 발을 돌려 야무지게 박석을 깔아놓은 탐방로를 따라 범선으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로 향했다.


길섶에는 빨간 꽃 양귀비들이 작은 바람에 힘겨운 고개 짓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일부러 꽃양귀비로 섬 전체를 물들이려는 모양처럼 가는 곳마다 꽃양귀비들의 미소다. 꽃들에 취해바다 쪽을 쳐다보면 갈사만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하동화력발전소가 눈에 들어온다. 개발의 대표주자인 양 우뚝하니 서서 멀뚱히 대도를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섬의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범선으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는 보물섬의 동화 속에 나오는 후크선장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은 무서워 보이고 약간은 우스워 보이기도 했다. 언제 후크선장과 마주 할 시간이 있었던가? 하고 얼른 옆에 앉아서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다 보면 대도마을의 중앙언덕의 자그마한 동산이 있다. 꽃잔디라고도 불리는 지면패랭이꽃이 동산전체를 덮고 있는 모습이 온통 분홍으로 장관이다. 건너편에는 조각 작품을 전시해 놓은 조각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섬의 남동쪽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북서쪽과 대조를 이루는 아주 평화로운 모습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내내 꽃으로 치장된 길이다. 사람의 손을 빌린 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연의 야생화들이 더욱 더 반가웠다. 멀대같이 키가 큰 엉겅퀴와 노란 씀바귀꽃과 괭이꽃이 빨간 꽃양귀비들이랑 어울려서 귀여움을 발산하고 있다. 아직 피지는 않았지만 달맞이꽃의 잎들도 보였다. 꽃길을 걸으며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파라다이스라기보다는 평화라는 말이 딱 어울릴 듯 했다. 얌전히 앉아있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섬들이 오손도순 어깨를 맞대고 있는 양이 무척이나 아늑해 보였다. 모두가 무인도란다.


이 꽃길을 따라 언덕의 있는 대도 스톤헨지라는 이름의 명상의 언덕으로 올랐다.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을 새겨놓은 여러 조형물들이 있다. 이해 불가한 상형문자 앞에서 무엇을 명상 할 것인가? 명상을 위한 명상을 위해 잠시 눈을 감아보기도 했다. 명상의 언덕과 꽃길을 걸어서 내려오면 워터파크를 만난다. 여름 한 철 가족끼리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갖출 것은 모두 갖추어진 워터파크이다.

걷기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시장기가 돌았다. 박석을 따라 걷다가 대도의 유명한 음식점인 빨간 풍차안으로 들어갔다. 도선에서 본 예쁜 빨간 풍차는 대도의 대표 맛집으로 아래층은 식당이고 이층과 삼층은 커피점과 휴게실이 있다. 식사 후 위로 올라가서 섬을 관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식당은 예약을 하면 근처 바닷가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으로 회도 떠 준단다. 우리 일행은 예약을 해 둔 채소와 해산물로 이루어진 정갈한 식사를 한 뒤 농섬과 대도로 이어진 다리를 지나 1.5키로 정도 되는 바다를 끼고 도는 테크길을 향하였다.

 

빨간 풍차바로 앞이 테크길의 시작점이다. 농섬과의 다리 아래에서는 몇 가족들이 장화를 신고 호미로 바지락 채취를 하는 듯 했다. 물때를 맞추어서 오면 바지락이나 피조개, 새조개, 돌굴 등 채취을 할 수 있는 체험활동도 가능하다.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일 년 내내 낚시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표 어종은 농어와 낙지와 볼락이다. 어린이 어촌체험교실이 5월에서 6월에 중학생과 초등학생 위주로 열리고 있다.


식사 후에 바다를 끼고 도는 테크길은 그 자체를 힐링길이라 이름 짓고 싶을 만치 편안하고 가슴이 시원하다. 오늘따라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정말 한 점도 없는 완벽한 파란 하늘이다. 손가락으로하고 튕기면하고 깨어질 것 같은 파란 하늘. 왼쪽의 바위 언덕 사이사이에서는 하얀 덜꿩나무 꽃들이 배시시 거리는 것이 힐링을 배가시키고 있다. 여러 개의 별들을 넓게 펴서 작은 털을 나풀거리는 덜꿩나무 꽃은 그냥 쳐다보는 자체로 좋았다. 걷다가 힘이 들면 쉬어서 가라고 덜꿩나무를 바라보거나 바다를 바라보거나 하며 쉴 수 있는 작은 벤치도 있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니 앉지는 않았지만 힘든 이들을 위한 배려가 보여 좋았다.


자그마한 섬이지만 섬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많이 느껴진다. 대도는 도서특화마을로 선정되어 총 520(공공 370, 민간 150)을 투자하여 트레킹 길을 조성하고 휴양시설 설치와 다양한 편의시설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개발로 파괴된 자연환경을 되살리고 그 개발 보상금을 섬에 재투자하여 말 그대로 대도를 파라다이스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섬의 크기는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1박을 하며 아이들이랑 어촌체험을 하며 워터파크에서 즐기는 것도 크게 무리는 가지 않을 듯하다. 비뚤한 글씨로 작은 나무 조각에 ㅇㅇ이네 민박이라는 글을 써서 문 앞에 붙여 둔 곳이 군데군데 있다. 길을 걷다보니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 좋겠다 싶은 곳도 더러 눈에 띄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일행들에게는 하루코스로 섬 전체의 트레킹을 하는 것도 아주 괜찮았다.


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동 대도를 꼭 한번은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 웰빙을 위해서도 이지만 지구상의 환경을, 생명의 이치와 비밀을, 한번쯤은 생각하게 해 주는 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도는 무심코 지나가는 모든 것들 속에 항상 무언가가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예쁜 섬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는 이 곳 대도를 찾은 것이 두 번째이다. 처음 왔을 때는 약간의 삭막함이 있다고 느껴졌는데 (아마도 그때는 개발을 시작하는 시기인 것 같음) 두 번째 왔을 때는 달라진 곳이 더러 있었다. 아마 갈수록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당이나 상점 등이 섬 안에서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도선을 타기 전에 미리 준비해서 와야 할 듯하다.

오늘, 우리 일행들의 표정이 모두 밝아 보인다. 트레킹코스로 정한 대도의 테크길과 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에 만족스러운가 보다. 하긴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정성을 들인 섬도 그리 흔하지는 않으리라.


해가 바다에 떨어지기 전에 배에 올랐다. 15분이면 다시 육지다. 하루의 피로를 바다에 던져놓고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대도에서 얻은 행복감으로 채워진 하루를 음미해 본다. [글=박지니]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0.02 09:20 수정 2020.10.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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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