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전선위의 새

전승선



전선위의 새




해가 진

베란다 유리창에 기대어

뒷모습만 보이는 영국여자의

늙은 발걸음을 세어본다.

크고 두꺼운 검은색 구두는

발자국만 남기고

골목 끝으로 사라져간다.

긴 스란치마 아래

야무지고 뽀얀 고무신이

골목 너머 아스라이 멀어지던

서울의 저녁 풍경이 흔들리고

허공 속의 한숨도 따라 흔들린다.

가난한 인텔리겐치아의 손에 들린

사르트르는 아직도 고뇌하는 눈빛인데

브리티시뮤지엄 앞 복사가게 주인은

친절하게도 노스탤지어까지

복사해 서울로 전송해 준다.

아직 고독은 살아있으므로

포토밸리 마켓에 가서 살아있는

고독만큼의 위스키를 사오면

오래된 우울이 주렁주렁 달린

그림 속 나무가 꽃을 피운다.

날카로웠던 펜촉의 추억이여

달콤한 위스키의 스산함이여

캔버스 여백속의 노스탤지어여

이층 베란다 유리창에

어둠이 밀려오면 작은 세상의

문을 열고 안부를 전송한다.

"안녕 그리운 벗이여, 내 영혼은

지금 런던의 간이역을 지나고 있단다"








이해산 기자
작성 2020.10.07 10:53 수정 2020.10.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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