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린 러시 Green Rush

대마초 열풍, 이대로 좋은가

'골드 러시(Gold Rush)'는 19세기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 너도 나도 황금을 찾아 서부로 달려가던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황금 대신에 대마초가 돈이 된다 하여 너도나도 투자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를 보고 '그린 러시(Green Rush)'라고 한다. 대마초는 마리화나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마약으로 분류하여 단속하고 있다. 그런데 대마초를 허용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네들란드의 암스테르담에 가면 공공연하게 대마초를 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로마 교황이 대마초를 피면서 사람들에게 한 대 피워보라고 권하는 익살스런 포스트카드도 팔고 있다.

미국은 기호용 마리화나를 9개 주와 워싱턴DC에서 허용했으며 의료용 마리화나는 30개 주에서 합법적으로 유통 중이다. 미시간주와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올해 11월 마리화나 합법화를 놓고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캐나다도 오는 10월부터 연방 차원에서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한다.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미국에서는 젊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때아닌 마리화나 열풍에 휩싸였다.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캘리포니아주와 콜로라도주 등에서 마리화나 산업에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앱을 이용하여 마리화나 회사 주식에 많은 금액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 주목을 받는 회사는 캐나다 마리화나 제조업체 크로노스그룹이다. 크로노스그룹이 양식 마리화나를 제조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지난 6주간 주가가 폭등하며 투자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다른 캐나다 업체인 오로라 캐너비스는 코카콜라와 함께 마리화나 성분이 들어간 건강음료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마리화나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관련 산업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의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전망되었으나 집값도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지역의 주택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상승률이 높았다고 한다. 콜로라도주는 2014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지역인데, 합법화 전인 2010년과 합법화 직후인 2015년 사이의 주택가격을 비교한 결과 집값이 6% 올랐다고 한다. 이 기간동안 마리화나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지역은 주택가격의 변동이 없었다.

미국 내 많은 주가 마리화나 합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세수 증대와 고용 창출 등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내 마리화나 판매량은 82억달러(약 9조1561억원)에 이르렀다. 2018년에 마리화나 최대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서 판매량이 122억달러(약 13조6249억원)로 늘어났다. 지난해 미국 내 마리화나 산업에서 창출된 신규 일자리 또한 12만개를 넘어섰다.

마리화나가 코카인이나 헤로인 보다 중독성이 덜하고 심지어 담배보다도 인체에 덜 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이 일부 사실이라고 해도 마리화나는 심각한 환각을 유발하는 향정신성 마약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마리화나 소비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문제라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장려할 일은 아니다. 마리화나 산업으로 창출하는 경제적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도 뻔하다. 국민건강 악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을 것이고, 직장 내 사고 발생, 중독으로 인한 정신질환, 청소년들의 비행 등 각종 문제로 인한 비용이 장기적으로 마리화나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가 마리화나를 허용한다고 우리나라가 따라갈 이유는 없다. 대마초 그린 러시는 바이오산업의 탈을 쓴 천민자본주의의 표본이다.

이봉수 논설주간


 



이봉수 기자
작성 2018.09.23 11:12 수정 2018.09.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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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