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5화 비밀결사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5화 비밀결사

 

중국에는 방(幇)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비밀결사가 많았습니다. 전란이 많고 조정의 횡포가 심해 힘없는 민중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보호장치였습니다. 또 천지회처럼 청나라에게 빼앗긴 명나라의 회복을 노리는 결사체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선에도 비밀결사가 많았는데 이들은 도둑이 되기도 하고 역모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비밀결사는 말 그대로 비밀이 유지되어야 했기에 단체명, 구성원, 한 일 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이 체포되었을 때 슬쩍 모습을 드러냈을 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활빈당(活貧黨)’입니다. 활빈당은 허균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통해 지금까지 전해 내려왔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비밀결사 활빈당의 수령 홍길동은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인물로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며 체포 후에 탈옥해서 오키나와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활빈당은 이후 대표적인 저항단체로 민중들의 구전으로 전해 내려왔고 떠돌이 부보상들은 자신들을 보호하는 비밀결사로 인정하고 숭배했습니다. 활빈당의 우두머리 홍길동(洪吉童)은 본명의 끝 자인 동(同)이 다를 뿐 실존인물로 무관인 홍상직의 서자입니다. 그의 형 홍일동은 거구의 대식가로 세조 임금의 총애를 받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비록 벼슬은 했지만 고려 충신가문의 후손으로 조선에 대해 계속 반심을 갖고 있었고 서자라는 신분차별에 출세가 막힌 홍길동이 비밀결사를 만들어 사회개혁과 민권운동을 한 것입니다.

활빈당은 두 개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데 잘 알다시피 부패한 관리들의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눠주는 의적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신분체제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조선은 강력한 왕권 아래 사농공상의 위계질서로 공고하게 만들어진 국가체제였습니다. 출생과 함께 자신의 역할이 정해졌기에 각 계층은 불만이 있어도 순응하며 자신의 운명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왕조체제는 통치의 효율성이 높았지만, 신분계급이 맡은 일의 구별이 아니라 우열의 차별로 변질하는 것이 큰 약점이었습니다. 이것이 얼마 되지 않은 벼슬자리를 두고 적자와 서자, 명문가문과 한미한 가문으로 나뉘어 약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에 억울하게 밀려난 사람들이 비밀결사를 만들어 사회개혁을 꿈꾸었던 것입니다.

출세가 봉쇄된 지식인이었던 이들은 지배계급의 비리를 괘서(벽보)로 만들어 담에 붙여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거나 평민과 천민으로 이뤄진 의적의 두령이 되었고 검계, 살주계처럼 살인도 서슴지 않는 무서운 범죄조직이 되기도 했습니다. 각종 기록에 이들의 활동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천시되던 불교 승려들도 당취(땡초라고도 불렀음)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어 자신들을 보호하면서 포악한 토호들을 응징했으니 금강산패는 사형을, 지리산패는 불구자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각종 역모에도 가담했는데 광복 후까지 존재했다고 합니다.

활빈당을 비롯한 비밀결사는 대개 도둑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활빈당의 이름은 전설처럼 구전만 되다가 구한말 의적활동으로 다시 드러나게 됩니다. ‘백범일지’에 활빈당의 당수인 김진사와 감옥에 갇혔던 김구 선생의 대화에서 그 내력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활빈당의 입문과정과 활동, 체포된 이와 배신자에 대한 처리 등으로 비밀결사의 모습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데 훗날 상해 임시정부에서 경무국장이 된 김구 선생이 김진사에게 배운 수법을 많이 활용했다고 합니다. 활빈당의 조직법이나 방첩활동 등이 호시탐탐 임시정부의 비밀을 캐려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기도를 무산하게 했으니 광복에 도움을 주었던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지금도 이 땅에 활빈당 같은 비밀결사가 있을까요? 이름만 달랐지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공산주의 이념으로 만들어진 단체가 여럿 발각되어 처벌당한 일도 있으니 남한이나 북한이나 자신이 소속된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조직을 만들어 회합하고 활동하는 비밀결사가 존재하리라 추측됩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9.27 14:56 수정 2019.12.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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