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6화 택견과 석전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26화 택견과 석전

 

택견은 무형문화재이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소중한 유산입니다. 춤을 추듯 흔들거리다가 번개같이 빠른 발차기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택견은 무술일까요, 놀이일까요? 택견은 민중이 모두 좋아하는 놀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엄청난 위력을 숨긴 무술이기도 했습니다. ‘택견’이라니까 무슨 개(犬)냐고 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택견은 조선말까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의 놀이이자 무술이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상호합의하에 길거리에서 겨루는 배틀(battle)이지요. 그러기에 소림권, 당랑권처럼 특정하게 고안되어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겨루기를 통해 효과적인 기술은 남기고 그렇지 못한 기술은 탈락했습니다. 그러기에 상상을 뛰어넘는 동작이 많습니다. 땅에 손을 대고 회전해서 발로 따귀를 때리는 발따귀나 상대의 허벅지를 타고 위로 올라가 목을 내리누르는 것 등 긴 하체를 마음껏 활용했습니다. 택견이 무술이 아니라 놀이인 것은 상대를 때려서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발로 밀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경기 내내 장고와 북, 피리 등 전통 악기로 흥을 돋우는 것입니다.

택견은 주로 밤에 놀았습니다. 마을의 넓은 마당에 횃불을 군데군데 켜놓고 자기가 사는 동네로 편을 가릅니다. 이때 장고와 북을 신나게 치면 양쪽에서 나온 택견꾼들이 각자 자기의 특기를 선보이는데 이것을 ‘본때’라고 합니다. 그런 다음 겨루는데 승자는 다음 도전자와 겨루는 방식으로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허실을 살펴 꾼들을 내보내는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집니다. 구경꾼들은 ‘까라 까!’등 꾼들을 자극하는 말로 열기를 더합니다. 이렇게 하룻밤이 지나 아침이 되면 승패가 가려지는 놀이였습니다. 그러나 택견에는 고수들에게만 전수하는 ‘옛법’이라는 기술이 있었는데 손과 머리도 써서 상대를 제압하는데 그 빠르기와 의외성, 위력이 상대를 살상하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돌을 던지는 놀이인 석전(石戰)은 말 그대로 전투기술을 놀이로 꾸민 것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인 우리는 무관으로 출세하려는 양반이나 특별히 검술에 매료된 사람 이외에 무기를 사용하거나 소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숱한 외적의 침략에 저항했던 정신은 살아남아서 석전을 통해 항상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산등성이에는 서낭당이 있고 거기에는 돌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행인들이 오며 가며 행운을 빌며 주워 던진 돌이 전쟁이 벌어졌을 때 훌륭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난리가 나면 남녀노소가 짐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는 산으로 도피합니다. 적이 그들을 쫓아 산으로 오려고 하면 서낭당의 돌을 집어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무술을 익히지 않아도 돌은 던질 수 있기에 적은 산 위에서 쏟아지는 돌 세례에 추적을 포기했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돌을 던지기에 알맞게 부숴 석전에 쓰는 것입니다. 서낭당 앞에 돌무더기를 쌓아 전쟁을 대비하듯이 평소에는 남자들의 과격한 놀이로 석전을 벌였던 것입니다. 마을 어디서나 있었으나 특히 삼개(마포)와 용산 사이에 벌어지는 석전이 유명했습니다. 양 지역은 신흥 상권으로 배로 운송하는 뱃사공이 많은 지역입니다. 뱃사공들은 항상 배에 창과 돌을 상비해야 했습니다. 바다의 해적들 특히 왜구들이 기습해 오는 경우 돌을 던져 퇴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일본의 배는 나무가 물러 돌을 맞으면 배가 부서지기 쉬운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이 내려왔기에 두 지역의 뱃사공들은 날을 정해 군사훈련을 놀이처럼 석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석전이 벌어지기 전에 주민은 모두 집에 들어가 문을 꽁꽁 잠그고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와, 와 하는 요란한 함성과 함께 돌이 빗발치듯 쏟아지는데 돌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팔다리가 다쳐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만약 다칠까 봐 겁을 먹고 집으로 도망치는 젊은이가 있을 때 주민은 문을 열어주지 않음으로 그들의 상무(尙武)정신을 키웠습니다.


이시우 기자
작성 2018.09.27 14:57 수정 2019.12.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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