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있을 때 멈춰야 한다
창업 초기에 기획한 10여 종의 기획물들 중 실제로 책으로 나온 종수는 2종뿐이다. 모두 현실화 단계에서 사라졌다. 한 종이 <위대한 일화의 재발견>이었고 나머지가 <이야기 고사성어>이다.
창업 초기 기획한 <이야기 고사성어>는 작가 섭외만 1년 이상이 걸렸으며, 작가가 원고를 탈고한 시점이 계약일로부터 1년 6개월 정도 걸렸다. 작가가 원고를 탈고한 무렵 필자는 그동안의 출판 경험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달았다.
‘이런 책은 내가 만들면 안 되는 책이다.’
작가를 만나 그동안 준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기할 테니 다른 곳에서 출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작가를 만나기로 약속한 어느 날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들어간 돈이 많고 날 믿고 1년 6개월간 정규직 직장을 구하고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원고를 탈고한 작가에게 이럴 수는 없다. 그러니 원고를 반으로 나누어 <이야기 고사성어 1>, <이야기 고사성어 2>로 하자. <이야기 고사성어 1>이 실패하면 그때 멈추자.’작가를 만나 이상의 내용으로 계약서를 다시 쓰기로 생각했다.
작가도 흔쾌히 동의를 했다.
<이야기 고사성어 1>의 판매는 아주 부진했다.
필자는 그 책을 만들고 나서 나름 큰돈을 날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전 달 강의 수익이 어느 정도 되어서 제작비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실패에서 배운 것은 다음과 같다.
[실패 원인 분석] 1. 정확한 타깃을 정하지 않은 책 기획은 표류하고 만다. 2.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아이템으로 책을 만들면 실패한다. 3. 만화가 아무리 좋아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이 낮으면 안된다. 4. 만화책 제작 시 만들려는 원고와 잘 부합되는 표지와 본문 종이의 선택이 중요하다. 5. 만화책은 아동들이 구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아동의 부모님이 구입을 하므로 학부모의 눈에 들어야 한다. |
정확한 타깃을 정하지 않은 책 기획은 표류하고 만다.
단순히 이런 책이면 좋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된 기획은 실패하는 것이었다. 좀 더 정확한 시장조사를 거치고 현실화 단계를 거쳐야 했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아이템으로 책을 만들면 실패한다.
고사성어(故事成語)라는 소재는 누구나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며 재가공이 가능한 자료들이다. 이런 아이템으로 책을 만들면 만들기는 쉬워도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만화가 아무리 좋아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이 낮으면 안된다.
만화가가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는 따라 주어야 한다. 만화가가 스토리 작업이 안된다면 스토리 작가를 투입해서라도 텍스트 자료의 수준을 높여야 했었다.
만화책 제작 시 만들려는 원고와 잘 부합되는 표지와 본문 종이의 선택이 중요하다.
책의 표지 종이는 좀 더 좋은 종이를 사용했어야 했고 본문 종이는 백상지가 아닌 아트지나 스노우화이트지를 사용했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 컬러 인쇄물이 잘 표현될 수 있었다.
만화책은 아동들이 구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아동의 부모님이 구입하므로 학부모의 눈에 들어야 한다.
말 그대로이다. 학부모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본문에 나오는 고사성어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인용되는 페이지를 표기했어야 했다. 그러면 이 책이 교과서와 연계된 것임을 더 잘 홍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