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인의 코스미안이 전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성의 힘’
글을 좀 쓴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순수한 글쟁이들이 인문학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성의 힘을 발휘해 즐거움을 주고 있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맛의 글이 아니라 구수한 된장에 쓱쓱 비벼 먹는 건강한 보리밥 같은 글이다. 상처로 얼룩진 순간이 글을 통해 빛나는 별이 되고, 누군가의 어깨를 짚고 일어나 다시 하늘을 보는 그런 글들이 마음에 큰 공명을 만들어 낸다. 49인이 만들어 낸 글은 읽는 당신이 바로 주인공이다. 소시민들이 삶이라는 무대에서 겪는 소소한 일들은 마치 내 이야기 같고 내 상처 같고 내 희망 같아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고 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9프로젝트’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인문학 릴레이다. 풋풋한 대학생부터 백발노인까지 남녀노소의 이야기가 때론 명랑하게 때론 정중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글쟁이들이 내뿜는 고수의 향기가 나기도 하고 티끌 하나 없는 순수의 유쾌함이 전해지기도 해서 읽는 이의 마음까지 풍요로워지게 한다. 가슴이 살아있는 사람들, 수줍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바로 내 이야기며 내 삶의 모습이며 내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다.
‘49프로젝트’는 가슴 뛰는 대로 사는 우주적 인간 ‘코스미안’들이 인문학 글쓰기를 통해 사람이 빛이고 사람이 가치이며 사람이 곧 사랑임을 전해주는 책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지성의 힘을 발휘한 책이다. 인문학의 품격이 느껴지는 책이다.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인간의 맛이 느껴지는 책이다. 따뜻한 세상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49프로젝트’는 위안이고 치유이며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책 속으로
우린 이제 알게 모르게 쓰고 있을 자신의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한다. 맑은 눈에는 모든 것이 거울이다. 솔직하고 진지한 눈길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한다. 그보다 먼저 자신 안에서 부정하고 거부하고 싶어 하는 싹을 싹둑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믿음과 함께 신뢰가 싹트는 거다. 자기 안에 부정적인 싹이 계속 자라고 있는 한, 믿음이나 신뢰의 뿌리는 생명력이 없다. 오래갈 수도 없다. 평가에 앞서 먼저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 엄격하자는 거다. 혹여 부끄러운 나 자신의 내면을 발견했다면, 그건 또 하나의 진솔한 나의 양심을 새롭게 얻은 것과 같다. 남에게 생긴 불행이 나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이치. 그게 자신에게 닥쳐올 때까지 우린 얼마나 멀리 느껴지는가. 아픔은 곧 살아있음의 증거인데 말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안내할 수 없듯, 누군가는 이미 내가 아파하는 자리를 지나갔고, 그리고 당당히 살아남았다는 거다. (88쪽)
묵은 밥은 힘이 셌다. 그 밥을 먹고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았다. 키르케고르는 나를 모리아산에 오른 아브라함이라고 했고, 카뮈는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보고 있는 시시포스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신념에 따라오는 불운은 죽음일지라도 내 몫인 거라고 했다. 묵은 밥들에 차오른 속살은 40년이 넘도록 나에게 들러 붙어있던 오래 묵은 껍질 하나를 밀어 올렸다. 그것은 ‘자기연민’이었다. 내 안에 있을 때는 있는 줄도 몰랐으나 나로부터 떨어져 나간 그 껍질은 소름이 끼치도록 더럽고 흉측했다. (168쪽)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비정상적으로 정지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멈추자 망가져 가던 세상은 자연의 방식을 따라 치유를 얻고 있다. 베니스에는 물이 맑아져 사라졌던 물고기가 나타나고, 호주에는 캥거루가, 남아공에선 펭귄이 빈 거리를 활보하고, 오염에 찌들었던 도시엔 공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유례가 없는 전염병은 인간이 파괴해 온 자연의 결과물이다.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전염병 증가와 직접적 관련이 있고 이에 대한 치유를 위해 우리는 일시적 멈춤이 아니라 자연을 회복시키고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방식으로 삶을 바꾸어야 한다. (206쪽)
▶ 출판사 서평
서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 놓은 인문학 칼럼 ‘49프로젝트’가 나왔다. 자기 이야기면서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자화상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언어로 사유하고 글로 풀어낸 인문학 칼럼은 세상과의 교감이며 체험이다. 그래서 그 경험은 더욱 값지고 귀하다. 49인들의 이야기는 특별하면서 평범하고 아름다우면서 사소한 일상이 배어 있다. 그 인문의 바다에 빠져들어 교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은 감동과 잔잔한 교감을 느끼게 된다.
‘49프로젝트’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의 이웃이 바로 나였음을, 세상이 나의 축소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편견과 아집을 벗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내가 이야기 속에 있다. 가슴이 만들어 내는 따뜻한 소리에 저절로 마음이 열린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들의 글에서 상처받고 억압받은 마음을 치유 받는다. ‘49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인문학 칼럼을 쓴 사람들의 글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며 우리 내면의 울림이기 때문이다. 세상엔 이런 글들이 넘쳐나야 한다. 과대 포장하고 잘난 체하며 자신을 높이려는 글들은 금방 싫증이 나고 외면하게 된다.
내 이웃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 내 부모·형제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거부감 없는 진짜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의 품격이 살아있는 이야기다. 가슴이 따듯한 우리 이야기다. 지금 잘살고 있지 못해도 지금 조금 힘들어도 지금 우울한 일이 있어도 49인의 우리 이웃들이 풀어내는 글을 읽다 보면 빙그레 웃게 될 것이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49인의 우리 이웃이 전하는 세상은 사랑이며 마음의 치유가 될 것이다.
자연과인문/이태상 외 48인 저/신국판/328쪽/정가 15,000원
이해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