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무사계급의 목축업자 수만트라의 딸로 뒷모습 특히 엉덩이가 기막히게 아름다운 시타와 그녀의 두 남편 이야기는 어찌나 끔찍하고 그러면서도 감각적이고 자극적인지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초인적인 정신력을 갖고 있어야 할 정도이다. 저 별의 별 온갖 무상한 형상과 환상으로 나타나 사람을 홀린다는 여신 마하마야의 유혹이라도 뿌리칠 수 있을 만큼의 다시 말해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강심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는 듣기보다 하기가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다 더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서다. 자, 어떻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기억이란 것이 인간의 머리에 처음 떠올랐을 때 마치 제물 담는 그릇이 그 밑바닥에서부터 술이나 피로 차오른다. 그렇듯이 구원의 모성에 대한 향수에 젖은 부계사회의 자궁이 태곳적 그리움의 씨앗을 받아들여 생긴 수많은 순례자들이 어느 화창한 봄날, 사바세계 유모의 품을 찾아 모여드는 그러한 날에 두 젊은이가 우정을 맹세한다.
타고난 천성, 몸의 체질과 생김새가 아주 다른 두 사람의 젊은이다. 열여덟의 난다와 스물 한 살의 슈리다만은 우공복지牛公福祉라 불리는 사원촌락에 살고 있었는데 이 마을은 선인장과 나무울타리로 둘러싸이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나 있는 문들은 일찍이 말씀의 여신과 잘 통하는 어떤 떠돌이 도사가 축복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 문설주와 위로 가로지른 나무에선 기름과 꿀이 흘렀다.
이 두 젊은이 사이의 우정은 이들의 ‘나’와 ‘내 존재’라는 느낌의 다양한 특성, 곧 한 사람의 열망이 또 한 사람의 열망을 열망하는 그 갈증에 있었으니, 이 두 열망을 하나로 통합 합성한다는 것은 고독과 고립을, 고독과 고립은 불화와 다툼을, 불화와 다툼은 비교와 대조를, 비교와 대조는 불안과 걱정을, 불안과 걱정은 경이와 감탄을 일으켜 마침내 상리공생相利公生의 통일과 조화를 찾는다. 이리하여 이차이피以次以彼, 거기나 여기나, 이것이나 그것이나, 이러나 저러나, 이야말로 측천거사測天去私이리라. 특히 젊디젊은 청춘시절 삶이라는 생명의 진흙이 아직 말랑 말랑 부드럽고 연해 ‘나’와 ‘내 존재’가 따로 따로 단일한 별개의 개성과 인물로 굳어지기 전에는 말이다.
슈리다만은 그의 아버지처럼 상인이 되었다. 바바부티라 불린 아버지는 옛 인도의 성전 베다 범어梵語 초기 산스크리트어에 능통한 인도 사성四姓 중 제일 계급인 승려계급 브라만 출신이지만 브라만 생활이란 한낱 옛날의 일일 뿐이었다. 바바부티의 아버지 그러니까 슈리다만의 할아버지 때부터 산속의 은둔생활이나 고행 수도자의 길을 기피해온 때문이다. 베다성전 지식을 숭상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주걸립施主乞粒하는 삶을 조롱하면서 차라리 비단, 옥양목, 무명 옷감, 녹나무, 백단향 등을 파는 장사꾼이 된 것이다. 따라서 그의 아들 바바부티도 신들을 섬기라고 생긴 애였지만 우공촌락의 상인이 되었고 바바부티의 아들 슈리다만도 몇 년 동안 문법과 천문학 그리고 존재론의 원리를 힌두교 교사로부터 배운 후 그의 아버지 뒤를 따랐다.
소지기인 동시에 대장장이 가르가의 아들 난다의 갈마 업은 슈리다 만과 달랐다. 인도사성의 제4계급인 노예계급 수드라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전통으로나 유전적으로나 그는 정신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그는 그로써 그대로 그였을 뿐이다. 일반 백성의 아들로 태어나 단순하고 쾌활했으며 검은 머리에다 피부색이 짙은 그는 인도신화에 나오는 힌두교 3대신의 하나 비쉬누의 제8화신인 크리쉬나신의 구현이었다. 대장장이 일을 하노라니 두 팔의 근육이 잘 발달되었고 소몰이 하면서 튼튼해진 온 몸을 그는 겨자기름을 발라 윤기를 내고 금은 장식품과 들꽃으로 장식했다. 그런 몸과 수염도 없이 잘 생긴 얼굴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좀 두꺼운 입술과 염소콧수염까지도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고 그의 까만 두 눈은 언제나 한결같이 웃음을 담고 있었다.
슈리다만은 자기 자신과 다른 난다의 이 모든 점을 좋아했다. 슈리다만의 피부는 희고 콧대는 칼날처럼 날카로우며 뺨에는 부채모양으로 수염이 나있었다. 운동부족으로 그의 팔다리는 약했고 좁은 가슴에다 작은 배에 살이 좀 붙어 있어 볼품없는 체구였다. 이렇게 두 사람은 힌두교에서 말하는 대자재천大自在天 파괴의 신이며 또 구원의 신이기도 한 시바의 양면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하나는 뛰어난 머리에 달린 쭉정이 같은 몸이요. 다른 하나는 힘 있고 탐스러운 몸에 허수아비처럼 붙어있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머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주자연의 모태 속에서 삶과 죽음이란 생멸전변生滅轉變의 무상함과 영생불멸의 무궁세無窮世, 무궁아無窮我를 상징하는 시바와 같다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둘이 서로의 그림자와 같다는 의미다. 둘 다 제 각기 자기 자신의 ‘내 존재’에 대해 싫증이 나 제가 갖고 있지 못한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해 무한한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슈리다만은 입술이 두툼한 난다의 투박하고 원시적인 크리쉬나 신성을, 난다는 귀티가 나는 슈리다만의 흰색 피부와 지혜롭고 철학적인 그의 지성을 높이 사고 부러워하면서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난다는 슈리다만의 여성적인 피부와 날카로운 코와 정확한 말씨를, 슈리다만은 난다의 염소콧수염과 그의 촌스럽고 단순함을 놀려대면서. 이 같은 희롱이란 자고로 서로를 비교하고 견주는 데서 생기는 어색하고 거북한 느낌을 다루는 하나의 방편으로 이것은 ‘나’와 ‘내 기분’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며 이렇게 실없이 놀리는 짓은 결코 갖가지 감각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여신 마하마야에게서 태어나는 그리움이란 자식을 조금도 다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