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선칼럼] 한글 이야기

높이 날아라, 한글

 




21세기 문명화된 사회를 예견이라도 한 듯 572년 전 세종대왕이 만든 완벽한 글이 한글이다. 한글처럼 문명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문자는 아직 없다. 컴퓨터 시대를 위해 미리 만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문자가 한글이다. 세계문자 가운데 만든 사람과 만든 날과 만든 원리까지 정확하게 기록된 문자는 한글 말고는 없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그 증거다.

 

세종대왕이 직접 서문을 쓰고 신하들이 글자 창제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은 것이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1446훈민정음이 반포되고 훈민정음 해례본’ 이 194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494년 동안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창제원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학자들이 아름아름 추측한 것을 짐작해 배울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발견됨에 따라 한글의 위대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1910년대 초에 주시경 선생님과 한글학자들이 한글이라고 쓰기 시작했다. ‘은 크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한글은 큰 글이다. 19272월에 창간한 조선어연구회에서 동인지로 한글을 내다가 19325월에 조선어학회한글을 창간했다. 어학 논문과 언어정책에 관한 논문을 싣는 계간지로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글은 천지인 3개의 기호만으로 모음을 표현해 내는 과학적인 글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 l ) 만으로 치밀하고 복잡한 인간사의 모든 것들을 표현해 낸다. 동양적 철학과 인본사상이 밑바탕이 되어 만든 글이 한글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어여삐 여겨 만든 글자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자를 쓰던 기득권 세력의 아귀다툼을 물리치고 글자를 몰라 불이익을 당하는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그 신하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글은 배우기 가장 쉬운 문자다.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자타령을 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한자를 병행해야 한다거나 한자를 모르면 학문을 할 수 없다거나 하면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 글인 한글을 업신여긴다. 한자의 나라 중국에서도 21세기 맞춰 복잡한 한자를 간자체로 바꾸는데 역으로 한자를 찬양하며 지식의 척도로 삼는 어리석은 지식인들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한자가 필요한 사람은 배우면 된다. 고전연구가나 한자를 연구하는 사람 등 그 분야의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학문하면 된다.

 

공식적으로 한글이 국문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 1894~1896년 사이 갑오경장 때다. 한글이 반포되고 450여 년 간은 찬밥신세였다. 지식인들의 천대를 받으며 어리석은 백성들이 알음알음 쓰면서 겨우 명맥만 이어오다가 그 어렵고 힘든 일제강점기에 한글이 제 빛을 발하는 모순을 겪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은 또 영어가 한글을 속박하고 있다. 남의 것도 배우되 우리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리다운 것이다. 내 집에서 사랑받는 사람은 남의 집에서도 사랑받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치다.


인류 문자 발달의 정점에 서 있는 우리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고 바르게 쓰는 일이 곧 나를 사랑하는 일이며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다. ‘라는 정체성은 말과 글에서 온다. 말과 글이 곧 이기 때문이다.

 



전승선 기자
작성 2018.10.09 11:54 수정 2018.10.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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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