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오후 94년의 역사를 품은 국내 첫 민간산장인 북한산 '백운산장'에서 조촐하지만 의미가 넘치는 음악회가 열렸다. 약 2시간 동안 산장지기를 쫓아내지 말라고 산사람들이 내는 아름다운 선율이 메아리 되어 북한산 전체에 울려 퍼진 하루였다.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 아래 해발 650m에 위치한 백운산장의 역사는 1924년 이해문씨가 움막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해문씨의 손자인 이영구씨는 15세인 1946년 산장에 들어와 70년 넘게 살았다.
1971년 7명이 사망한 인수봉 참사를 비롯해 산악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백운산장은 구조본부 역할을 했으며 이씨가 구조한 등산객도 1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등산객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등산로를 정비하고, 물과 먹을 음식을 제공하여 사람들은 이 산장을 ‘산악인들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백운산장은 긴 세월만큼 전설 같은 추억이 쌓여 한국 산악사의 큰 획으로 또렷이 각인되어 왔다.
그런데 요즘 백운산장이 소송에 휘말려 있다. 지난 1998년 재건축을 하면서 사비 4억여 원을 들여 중축 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20여년 후 기부채납 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제출한 것을 근거로, 시한이 지난해 만료되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얼마 전 별세한 산장 주인 이영구 씨의 가족들은 기부채납 시한 자체가 잘못 계산됐다며 46년을 더 점유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산악인 4만 여명도 서명운동을 벌여 '백운산장의 국가귀속 반대와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맥락에서 백운산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주최하고 백운산장 보존대책위원회가 주관, 한국산악회가 후원하며 마운틴저널이 협찬하는 음악회가 오늘 열리게 된 것이다.
2시 30분부터 열린 음악회는 이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산악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산악인 가수 신현대, 한국에델바이스 요델클럽, 알펜호른과 색소폰 연주와 시낭송회로 흥겹고 즐거운 시간으로 이어졌다.
행사 후 경품 추첨을 통해 푸짐한 선물들을 받은 산사람들은 백운산장이 ‘산악인들의 고향’으로 우리 곁에 늘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가을 어스름에 젖어가는 산장을 내려선다.
여계봉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