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북문화예술교류포럼> 세미나를 강릉 옛 이름을 품은 명주예술마당에서 펼쳤다. 공동대표인 나는 ‘대중가요의 문화예술적 역할 및 기능’이라는 강의를 했고, 이어서 P교수는 ‘북한영화의 재조명’을 발표하였는데, 이때 성웅 이순신을 여러 번 거명하였다. 나의 강연, <목포의 눈물> 2절 스토리텔링에서도 명량대첩과 고화도(보화도) 통제영과 해로통행첩 등을 세설(細說)하였는데... 그래서 착상한 유행가 곡조가 임진왜란을 품은, 1967년 발표 작 <계월향>이다.
<계월향>은 평양기생이다. 그녀는 임진왜란 당시 평양성전투에서 왜군 장수 김응서(1564~1624, 평안도방어사 역임)로 하여금 척살케 하고 스스로는 자결을 한 의기(義妓)다. 남쪽에는 논개(論介), 북쪽에는 계월향(桂月香)이라는 말의 주인공이다. 평양성전투는 1592.6~1593.1월까지의 전투, 제2차진주성전투는 1593.6.22~6.29일까지의 전투다. 계월향이 척살토록 유인한 왜장은 고니시 히, 논개가 끌어안고 남강 물에 뛰어들어 익살 시킨 왜장은 게야무라 로쿠스케다. 이 계월향의 사연을 읊은 노래가 1967 지구레코드 음반 LM120173에 실린 <계월향>이다. 노래 내용은 1592년 8월 1일경의 거사다. 계월향이 떠난 지 375년 만에 유행가가 그녀를 되살려 냈다.
아~ 향아 향아 평양 의기 계월향아/ 임진왜란 원수들이 평양성을 쳐들어 올 때/ 임을 위한 일편단심 가슴 속에 품은 비수/ 가등청정 목을 베고/ 꽃잎처럼 떨어졌지// 아~ 향아 향아 절개 높은 개월향아/ 치맛자락 열 두 폭에 피 눈물을 뿌렸구나/ 임의 품을 하직할 때 남기고 간 말 한 마디/ 금수강산 내 강토를 왜놈들게 뺏길소냐.(가사 전문)
<계월향>은 1962년 <평양기생 계월향> 영화로 되살아났었다. 이 영화는 이태환이 감독을 하였고, 신영균·도금봉·김승호·고선애가 열연을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임진왜란 당시 의기 계월향의 이야기로, 왜장에게 자신의 몸을 바쳐 가면서 적장을 죽임으로써 조선 군사들의 사기를 드높여 승리케 한다는 내용의 전기물이었다. 이 당시 노래는 미도파음반공사 앨범번호 BM 10523에 김은경의 목청으로 실었었다.
계월향의 이름은 월선(月仙)이다. 왜놈들이 평양성을 쳐들어왔을 당시 조선의 14대 선조임금(1552~1607)은 의주를 거쳐 강계 등지로 몽진 중이었고, 평양성은 명나라 군사 이여송과 평안도방어사 장수 김응서 등이 방어를 했었다. 이때 계월향은 고니시 유키나가의 군사에게 체포되어 그의 시중을 들면서 환심을 산다. 그리고 어느 날 고니시 히를 술에 취하여 잠들게 하고, 김응서를 유인하여 그의 침소로 침입하여 목을 베게하고, 그녀는 스스로 자결한다. 이때 계월향은 김응서를 자신의 오빠로 속여서 평양성에 들인다.
임진왜란 때 서울을 함락(1592.5.2.)시킨 적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선봉은 조선 침략 두 달 만인 6월 11일 평양성을 싸움 한번 하지 않고 함락시켜 버린다. 이때 평양기생 계월향도 포로로 잡히고, 고니시 유키나가의 친족이며 부장이었던 고니시 히(小西飛)의 진중에 있게 되었다. 고니시 히는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가까이 두려고 했으나 계월향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니시 히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게 된 계월향은 죽을 것을 결심하였는데, 그래서 그의 애첩이 되어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작심하고 갖은 교태와 아양을 떨어 환심을 산다.
선조 25년 1592년 6월 15일, 조선의 구원병 요청에 따라 명나라 군사가 최초로 압록강을 건너온 것은 조승훈(祖承訓, 생몰미상. 명나라 요동군 부총병)이 거느린 3천5백 명이었다. 하지만 7월 17일 밤 큰 소리를 치던 조승훈의 명나라 군사는 왜군의 계략에 빠져 평양성에 입성하였다가 매복하고 있던 왜군의 역기습을 받아 대패하고 겨우 패잔병만을 수습한 뒤 퇴각하였다. 8월 1일, 명나라의 군사를 격퇴하고도 추격하지 않는 왜군의 동태를 살피던 조선군은 2만 병력을 이끌고 평양성을 공격하였으나, 일진일퇴만 거듭하였을 뿐 평양성을 공략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진다.
이때 평양의 순별초관이던 김응서(본명, 김경서)는 날마다 평양서문 쪽으로 정찰을 하였다. 김응서의 사랑을 받고 그를 사모하였던 계월향은 이를 알고 성 밖 김응서와 비밀리에 서로 내통하고, 고니시 히의 척살을 공모한다. 며칠 후 계월향은 고니시 히에게 같이 연을 날리고 싶다고 청을 하여 서문으로 그를 유인하고, 그때 김응서가 그곳을 지나가게 한다. 그때 계월향은 갑자기 김응서를 가리키며, 오라버니하고 부르고는 고니시 히를 향하여 이번 난(亂)으로 헤어진 오빠를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다면서 부디 한 번 만나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고, 마침내 김응서가 평양성에 들어온다. 이렇게 하여 고니시 히는 불여귀가 되고, 계월향은 북쪽 의기(義妓, 의로운 기생)로 역사에 남는다.
2020년 트로트 열풍시대, 종합편성 채널과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대부분이 리메이크 곡조다. 인기 위주, 시청률 위주, 창작비용(작사·작곡 등) 절감, 상업적 프로젝트 지향... 그래서 트로트 르네상스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작가로써 아쉬움이 없지 않고, 대중가요 유행가, 트로트의 반추(反芻) 열풍이라고 맥락을 집는다. 유행가는 역사다. 그 노래 탄생시점은 완료형 유물,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경험해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갑갑한 현실을 얽어낸 나훈아의 <테스 형!> 같은 노래의 다수 탄생을 고대한다. 훗날 역사의 유물로 환생할 만한 유행가.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트로트스토리연구원장
전명희 기자